다음달 4일 임기가 끝나는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RBI) 총재가 소비자 물가상승률 목표를 동결했다.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인도 재무부와 갈등을 빚고 학계로 돌아가는 라잔 총재가 마지막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 중앙은행은 당초 계획대로 소비자 물가상승률 목표를 2021년까지 연 4%로 유지하겠다고 지난 5일 의회에 알렸다. 물가상승률 목표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는 금리 인하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지 언론은 9일 통화정책회의에서도 현재 6.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RBI는 또 물가상승률 허용 수준을 2~6%로 결정했다. 허용 수준의 폭이 넓은 것에 대해 중앙은행은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위해 물가 상승을 용인해야 할 수도 있고, 자료 오류 등을 반영할 필요도 있었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연 4%의 목표를 추구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인도 재무부는 경제활동을 더욱 원활히 하려는 목적으로 금리를 내려달라고 중앙은행을 압박해왔지만 라잔 총재는 소비자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인도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6월 5.77%를 기록해 22개월 동안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인도에서는 29개주(州)의 세제를 단일화하는 헌법개정안 통과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물가가 더욱 오를 수 있다.

인디아익스프레스는 7일 “물가를 억제하려는 라잔 총재가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