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업체인 페이스북이 미국 국세청(IRS)을 상대로 한 최대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의 세금 소송을 예고했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미국보다 법인세율이 훨씬 낮은 아일랜드 자회사에 온라인플랫폼과 관련한 특허권 등을 이전해놓고 ‘절세’해왔다. IRS가 이런 행위를 문제 삼아 추가 세금납부를 요구했지만 페이스북은 거부한 채 소송전에 나설 예정이다.

페이스북과 비슷한 방식으로 해외 절세를 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코카콜라도 이미 IRS와 소송을 벌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미국 국세청 vs 페이스북 '50억달러 세금전쟁'
◆“법인세 차이 활용한 절세”

페이스북은 지난달 2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 사업보고서에서 IRS로부터 해외 자회사와 관련한 세금 중 미납분이 있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IRS 측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미국과 캐나다 밖에서 행사할 수 있는 무형자산(온라인플랫폼 특허권과 영업권)을 2010년 아일랜드에 있는 자회사 페이스북 아일랜드홀딩스에 이전하면서 자산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다. 아일랜드 자회사와 미래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분담하는 계약도 맺었다.

IRS는 지난달 초 페이스북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페이스북은 일곱 차례의 법원 출두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2010년분 세금에 대해 2013년부터 조사해온 IRS는 지난달 말 조사기간이 만료되자 세금 추가납부 통지를 보내고 조사기간을 연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이 세금 추가납부에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조만간 세무법원에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IRS는 2010년분뿐 아니라 이후 납세분도 똑같이 추가 과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IRS가 승소하면 페이스북이 추가 납부해야 할 금액은 최소 30억달러에서 최대 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자와 벌금은 별도여서 납부 액수는 더 커질 전망이다.

페이스북이 무형자산을 아일랜드 자회사로 이전한 것은 법인세율 차이 때문이다. 아일랜드가 부과하는 최고 법인세율은 12.5%로 미국(35%)보다 낮다. 아일랜드 자회사는 미국과 캐나다 외에서 행사하는 무형자산 권리가 있어 관련 해외 수익을 회계장부에 기록한다. 미국으로 해외 수익을 가져오지 않고 아일랜드에 쟁여두는 페이스북으로선 그만큼 세금을 아낄 수 있다.

MS, 아마존, 코카콜라도 해외 자회사로 무형자산을 이전했다가 IRS에서 과세 통보를 받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33억달러 과세통보를 받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선주자들 “역외탈세 단속하겠다”

미국 기업들이 주장하는 이 같은 해외 절세는 미국에서 큰 쟁점이 되고 있다. 제약업체 화이자는 보톡스로 유명한 아일랜드 제약업체 엘러간을 인수한 뒤 본사를 아예 아일랜드로 옮겨 세금을 줄이려 했다. 미국 정치권과 정부는 ‘꼼수’라며 비난했고, 결국 화이자는 합병계획을 백지화했다. 재무부는 지난 4월 기업의 해외 본사 이전을 지금보다 어렵게 하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도 화이자를 강력 비난하며 집권 시 기업의 해외 이전에 대해 ‘탈출세(exit-tax)’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높은 세율 자체가 문제”라며 법인세율을 현행 10~35%에서 15%(단일세율)로 확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도 해외로 나간 기업엔 미국으로 제품을 역수출할 때 35%의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