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이 전 세계적인 불황과 국내 구조조정 본격화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조선 빅3 최고경영자(CE0)들은 해외현장을 방문하거나 경영구상에 몰두하면서 여름 휴가를 보낸다.

빅3 모두 극심한 수주난을 겪고 있는 데다, 노조와의 임단협이 원활치 않은 상황이어서 대형 3사의 CEO들은 마음 편히 휴가를 즐길 수 없는 처지다.

31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등 주요 경영진은 이번 여름휴가 기간에 중동과 유럽 등 지역의 해외 공사현장을 방문해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고 공사 진행 상황을 살필 예정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는 2012년에 사우디전력청으로부터 32억달러 규모로 수주한 2천400MW급 화력발전소를 짓는 제다사우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사우디 남서부에서는 2013년에 사우디전력청에서 33억달러 규모로 수주한 2천640MW급 화력발전소를 짓는 슈콰이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의 이번 행보는 휴가 때 시간을 내 해외현장을 직접 점검해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국내에 머물면서 각종 현안을 점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휴가 기간에 해외 출장길에 오르며 평소보다 더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 사장은 선주사를 방문해 조선업 시황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사업 문제를 협의하고자 지난 29일부터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의 자금 마련을 위해 유럽 선주사들을 만나려고 해외 출장을 다녀온 지 불과 2주 만에 또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앞서 정 사장은 휴가 첫주인 7월 마지막 주에는 주로 거제 본사에 머물면서 틈틈이 건조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 기간임에도 대우조선이 7월 말, 8월 초에 선주사에 인도해야 할 선박이 많은 관계로 쉬지도 못한 채 출근한 1만5천여명의 대우조선 및 협력사의 근로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이번 여름 휴가 기간에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2주 안팎의 장기 휴가가 주어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과 달리 삼성중공업은 여름 휴가가 한주로 짧다.

박 사장도 8월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휴가를 간다.

박 사장은 휴가 기간에 본인이 회사로 출근할 경우 임직원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판단에서 회사에 직접 나오지 않은 채 자택에서 경영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