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고객과의 콜라보레이션, B2B 사업의 핵심으로
최근 정보기술(IT)산업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들이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사업구조 자체를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등 후발업체의 추격이 거센 B2C 영역에서 탈피해 B2B로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하고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주 목적이다. 그러나 B2B 사업에 익숙하지 못한 기업이 새로이 B2B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 B2C와는 다른 사업 특성을 이해하고 고객을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B2C 사업이 ‘불특정 다수의 개인 고객’을 상대하는 반면 B2B 사업은 ‘소수의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다. B2C 고객은 자신이 직접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기 위해 구매하지만 B2B 고객은 또 다른 고객(B2B 고객 또는 최종 소비자)을 위해 구매한다. 이와 같이 B2B 고객은 기본적인 특성과 관계를 맺는 방식, 지속성에서 B2C 고객과 크게 다르다. B2B 고객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구매 과정에 관여하는 다양한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며 고객의 입맛에 맞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B2C 사업만 하던 기업이 B2B 고객을 상대로 사업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문화, 영업방식, 제품개발 방식, 고객과의 관계 등 전반적인 변화와 혁신이 불가피하다. 먼저 B2C 사업에서 유용한 ‘제조·판매(make&sell)’ 형태의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을 먼저 이해하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감지·반응(sense&respond)’ 방식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B2C 사업은 기존 시장에 제품을 파는 것이지만, B2B 사업은 고객이 원하지 않으면 시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운영 시스템도 고객이 원하는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효율성(efficiency)보다는 고객 요구에 대한 충실성(effectiveness)을 중시해야 한다. 조직 구조 또한 제품·기술 중심에서 벗어나 연구개발(R&D), 생산, 영업이 함께 어우러져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고객중심 구조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 B2C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졌던 일본의 파나소닉도 B2B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기 위해 기업문화와 운영시스템, 조직구조를 혁신했다. 고객 접점에 있는 현장으로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기능 중심의 분화된 조직을 고객 중심의 제판일체(製版一體) 조직으로 변화시켜 B2B에 맞는 기업문화를 조성할 수 있었다.

이런 혁신 노력과 더불어 최근 B2B 사업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 고객과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다. 콜라보레이션은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개인이나 기업들이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매 과정마다 치열한 논의와 협력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얻는 방식이다. 크고 힘든 일을 단순히 나눠 분담하는 협업(cooperation)과는 구별된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기업들이 모여 파트너십을 맺고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최고의 상품을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일본 의류제조기업 유니클로와 섬유기업 도레이다. 유니클로가 다른 패스트패션 업체와 다른 점은 차별화된 소재를 가장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내세우는 점이다. 엄청난 인기를 끈 ‘히트텍’이나 ‘에어리즘’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 소재를 개발, 공급하는 곳이 바로 도레이다. 유니클로와는 1998년 플리스(fleece)용 원단을 공급하기 시작해 20년 가까이 파트너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2006년부터는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고 소재개발에서 판매까지 양사 간 시스템을 통합,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이 “강력하고 끈끈한 파트너십을 통해 도레이와 유니클로가 마치 단일 기업처럼 기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할 정도다.

B2C에서 새롭게 B2B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고객을 대상으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경쟁사보다 우월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콜라보레이션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도은진 < 연구위원 do.eunjin@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