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에 앞장섰던 미국 등 선진국이 이제는 거꾸로 무역의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자국 산업 보호가 명분이다. 과거에는 세계화에 반대하던 개발도상국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만연했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통상당국 고위 관계자는 “신(新)보호무역주의라는 거대한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보호무역 장벽 '수출 한국' 덮친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쏟아낸 무역제한조치는 월평균 21건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WTO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뒤 역대 최고치다.

무역제한조치는 선진국이 앞장서 내놓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세계무역경보(GTA: Global Trade Alert)’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무역제한조치를 취한 나라는 미국으로 90건의 무역규제를 내놨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경쟁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990년대 이후 상품은 물론 기술, 노동력의 국경 간 이동이 급증하면서 저비용이란 장점을 지닌 개발도상국이 급성장했고 이로 인해 선진국이 피해를 입었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보호무역 움직임으로 최대 피해가 우려되는 곳은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조치 4000여건 가운데 1000여건이 한국을 표적으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52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세계 3위의 경제영토를 확보했지만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태훈/이승우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