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벤처 인수와 고액 연봉에 눈총…메이어 "회사에 계속 남고 싶다"

한때 인터넷 강자였던 야후가 핵심사업인 인터넷 부문을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넘기게 되면서 지난 4년간 야후를 이끌어 온 머리사 메이어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메이어 CEO는 무리한 스타트업 인수와 인재 채용으로 야후의 자금을 축냈으며 회사의 핵심사업을 팔아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서도 항상 고액 연봉자의 반열에 들어 눈총을 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인 무리한 인수 사례는 마이크로 블로그인 텀블러 인수다.

메이어는 2013년 젊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겠다며 텀블러를 11억 달러를 주고 사들였지만 실상 원하는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외에도 모바일 분석 기업인 플러리를 2억 달러에 사들이고 온라인 영상광고업체는 6억4천만 달러를 들여 인수했다.

야후가 2014년 1∼9월 사이에 인수한 스타트업만 13곳에 이른다.

투자자들의 반발에도 미국 프로풋볼리그 중계권을 2천만 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비난이 고조되자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지분을 '스핀오프'(분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세금 문제에 부딪히면서 11개월 만에 계획이 좌초됐다.

메이어가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챙긴다는 점도 구설에 올랐다.

지난 4년간 메이어가 받은 연봉과 주식은 약 1억6천200만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메이어가 퇴직이라도 하면 추가로 퇴직금 5천700만 달러를 받게 된다고 정보업체 이퀼라는 분석했다.

주요 업적이라고는 해외지사를 줄이고 대규모 감원과 특허 매각, 핵심 인터넷사업 매각을 진행한 것이 전부인 메이어가 4년간 챙기는 돈이 무려 2억1천900만 달러(약 2천50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하지만 메이어는 당장 물러날 뜻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메이어는 25일 텀블러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회사에 남을 계획이다"라며 "나는 야후를 사랑하고 야후가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AOL의 팀 암스트롱 CEO와) 나는 오래된 친구이자 동료고 나는 그를 매우 존경한다"며 "그와 다시 한 번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버라이즌이 지난해 인수한 AOL과 야후를 합병할 계획이라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메이어가 취임한 이래 야후의 근무여건이 악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메이어가 아들 출산 당시 출산휴가를 사내규정보다 한참 짧은 2주 만에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고 직원들의 재택근무제를 전면 폐지해, 맞벌이 부부의 노동 여건을 악화시켰다는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바 있다.

하지만 메이어는 언론이 지나치게 여성이라는 성별에 초점을 맞춰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작성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IT 분야는 성(性) 중립적인 곳이라고 믿었지만, 여태껏 (나의) 성별에 초점을 맞춘 기사들이 있었다"며 "힐러리 클린턴의 새 바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처럼 여성 지도자에 대해서는 유독 외양에 초점을 맞춘 기사가 많은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버라이즌의 야후 인터넷사업 인수 과정 뒤에는 여성 임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마니 월든 부사장이 야후의 인수와 AOL과의 합병을 담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49세인 월든 부사장은 무선사업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해왔다.

로웰 매캐덤 버라이즌 CEO의 뒤를 이을 유력 후보로도 꼽힌다.

매캐덤 CEO는 "마니는 시장을 볼 줄 안다"며 "나는 마니가 뭔가를 알아보고 일을 해낸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