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1년간 계속된 신동주·동빈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에 검찰의 전방위 수사까지 겹치면서 호텔롯데 상장 등 주요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6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롯데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1조5천억원 이상 증발하는 등 창사 70여 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25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롯데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호텔롯데 상장을 약속하고 지난달 상장할 예정이었으나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상장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또한 수사의 여파로 롯데케미칼이 미국 석유회사 액시올 인수를 철회하는가 하면 호텔롯데도 1조7천억원 규모의 미국 면세점 인수 협상을 벌이다가 중단했다.

롯데제과 등 계열사들은 물류회사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모두 사들일 계획이었으나 대부분 계열사가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주식 인수 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특허 재승인에 실패해 지난달 문을 닫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올 연말 신규 특허를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과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까지 악재가 잇따르면서 심사 전반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 9곳의 시가총액은 지난 21일 기준 약 23조9천220억원으로 롯데그룹 압수수색 직전인 지난 6월 9일에 비해 1조5천억원 이상 감소했다.

그룹 계열사의 자금 조달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3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롯데물산은 1천억원 상당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다가 계획을 접었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권 인수에 선뜻 나서는 기관투자자가 많지 않아 롯데가 어쩔 수 없이 발행을 포기했다는 분석이 제기되지만 롯데는 "자금이 당장 급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서두르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롯데그룹은 현재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의 배임 의혹, 그룹 및 총수 일가의 불법 부동산 거래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등 롯데그룹 핵심 3인방에 대한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소환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의 하나, 신 회장을 비롯한 그룹 핵심들이 구속될 경우에는 사업 차질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이미지가 추락한 것도 앞으로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으로 총수 일가의 폐쇄적 지배구조가 드러나고 '일본 기업'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사회 전반에 반(反) 롯데 정서가 확산하고 일부 소비자단체가 롯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정치권은 재벌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이 거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약속으로 롯데에 대한 비난 여론은 잠시 수그러들었지만 최근 비자금 의혹 등에 관한 검찰 수사로 재점화하는 듯한 분위기다.

그룹 전반이 위기 상황임에도 이를 반격의 기회로 삼으려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신동빈 회장 간의 갈등이 계속되는 점도 비판 여론을 부추기는 요소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