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공제 등 폐지예정 25개 항목 중 상당수 연장될 듯
가계소득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소득 환류세제 재설계


이달 말께 발표되는 올해 세제개편안에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해 연구·개발(R&D)과 친환경 투자에 대해 대대적인 세제지원을 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정부는 가계소득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고치기로 했고,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 도입 등 다양한 개선안을 두고도 막바지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25개 비과세·감면 제도는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감안해 상당수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 신성장동력으로 경제 돌파구 찾는다…R&D 세제 파격 확대
17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신산업 R&D, 서비스산업을 위한 다양한 세제 인센티브를 마련 중이다.

앞서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서비스전략 발전계획, 투자활성화 대책 등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지원방향의 큰틀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우선 올해 세제개편안에 '신산업 육성세제'를 신설, R&D 투자에 세법상 최고 수준인 최대 30%를 세액공제하기로 했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신산업기술 개발을 위해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중소기업은 신성장동력·원천기술 R&D 비용에 대해 세액공제율 30%를 적용받지만 중견·대기업의 경우 공제율은 20%에 그친다.

구체적인 세제지원 대상은 미래형 자동차, 지능정보, 차세대 소프트웨어(SW) 및 보안, 바이오·헬스, 로봇, 항공·우주 등 11대 산업과 신산업에서 파생된 신기술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제 대상이 될 신기술 선정을 위해 현재 각 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총 몇 개의 신기술이 세제 혜택을 받게 될지는 정해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흥주점업 등 일부 예외적인 업종만을 제외한 전 서비스업에 제조업과 똑같이 비과세·감면 혜택을 적용하는 방안도 담길 예정이다.

그간 제조업은 연구인력개발비나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 등의 비과세·감면 혜택을 모두 적용받았다.

반면 서비스업은 법에서 지정한 일부 업종만 혜택이 가능했다.

정부는 제2, 제3의 '태양의 후예'와 같은 한류 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비에 대해 최대 10% 세액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민간 부문의 벤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인이 벤처기업에 투자하거나 벤처펀드에 출자할 때도 출자금액의 5%를 세액 공제해주기로 했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세제 개편도 추진한다.

정부는 비사업용 토지 양도소득세 특별공제제도에서 토지 보유 시작 시점(기산일) 기준을 올해 1월 1일에서 실제 취득시점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도소득세 특별공제제도는 직접 거주하거나 경작하지 않는 비사업용 토지를 3∼10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차익의 최대 30%를 차감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투기를 막기 위해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토지 보유시점을 일괄적으로 올해 1월 1일로 적용하고 있다.

금융분야에서는 세제가 금융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 아래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주식 등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전면과세로 가되 단계적으로 과세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세부담이 급격히 늘어나 조세 반발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주식 양도소득세 예정신고 의무 부담을 줄이는 등의 방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신용카드 공제 연장 가닥…3조 규모 '비과세·감면' 정비 물건너가나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관심을 모으는 분야 중 하나는 비과세·감면이다.

조세특례는 일몰을 조건으로 도입된 만큼 정책목표를 달성한 경우 폐지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제때 정비하지 못한다면 세법이 누더기가 돼 비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

정부는 그러나 올해 말로 일몰이 예정된 비과세·감면 항목 중 필요한 조항은 연장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예정대로 일몰했을 때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는데다, 최근 어려워진 경제 여건 등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올해 연말 일몰되는 비과세·감면 항목은 총 25개다.

이를 통한 조세지출(간접적 조세 감면) 규모는 지난해 기준 총 2조8천879억원(추정)에 이른다.

정부는 이중 신용카드·체크카드 소득공제(이하 카드 공제)를 포함해 6건을 심층평가 대상으로 분류하고 보완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직장인 연말정산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카드 공제로 지난해 조세지출 규모가 1조8천163억원으로 전체의 62.9%에 달했다.

지난해 '연말정산 대란'을 겪은데다 폐지시 내수 회복세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사실상 연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단계적으로 공제 폭을 축소하거나 소득수준별로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 등의 조정이 검토되고 있다.

자영업자의 신용카드 매출 세액공제를 2년 더 연장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최근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활용폐자원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공제 특례 제도도 심층평가 대상 6건 중 하나로 생계가 어려운 고물상업계 상황을 감안해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조세지출액은 작년 5천780억원 정도다.

국내 근무하는 외국인 임원 또는 사용인에게 최초 5년간 소득세를 17% 단일세율로 적용해주는 외국인근로자 과세특례(1천423억원), 에너지절약시설에 투자한 금액 일부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에너지절약시설 투자 세액공제(1천199억원) 등도 심층평가 결과에 따라 연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밖에 심층평가 대상에 포함된 비영리법인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손금산입특례, 환경보전시설 투자 세액공제 등도 연장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뜨거운 감자' 기업소득 환류세제·공익법인 출자 비과세
올해 세제개편안에 담길 예정인 기업소득 환류세제 보완 방안과 공익법인 출자 비과세 확대 방안 등은 이견이 만만치 않다.

정부 입장에서는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투자나 배당, 임금 등에 쓰지 않고 남은 당기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기업들이 투자·임금을 늘리는 대신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으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 임금 등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국회 기획재정위 업무보고에서 "배당 쪽을 낮추고 임금 증가로 무게중심을 두도록 기업소득 환류세제 개정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투자 제한', '증세'로 받아들이는 재계의 반발 움직임도 배제할 수 없어 정부가 막판까지 수위 조절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세율 인상 대신 징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를 세제개편안에 담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가세 대리납부제는 신용카드 업체들이 원천징수의무자가 돼 세금을 대신 납부하는 제도다.

3년여 전부터 학계 등에서 부가세 대리납부의 필요성을 제기해왔지만 기재부는 매입세액 실시간 환급이나 현금 결제에 따른 문제 등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지난 11일 국회 기재위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재부에서 대리납부제도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익법인이 영리법인 주식을 상속이나 증여로 출연받을 때 5%까지는 상속·증여세를 비과세하는 제도가 바뀔지 여부도 관심사다.

비과세 한도인 5%를 확대할 경우 재벌이 공익법인 출자를 우호지분 확보나 상속·증여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해 정부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소득세 세무조사권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 안, 경차 자동차세 감면 등도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반론도 여전해 정부가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연합뉴스)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