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언론 인터뷰서 "나는 무관" 주장…"제2롯데 건설자금 500억엔 대부 승인"

롯데 비자금 의혹 수사 국면에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동생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을 공격하고 있지만, 신 전 부회장이 역시 수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과 2년 전까지 롯데케미칼 비자금 조성 창구로 의심받고 있는 일본 롯데물산의 등기 임원이었고, 제2롯데월드 자금 조달도 직접 승인하는 등 경영권 분쟁으로 자리에서 밀려나기 전까지 롯데그룹 핵심 경영자로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0년부터 2014년 12월까지 일본 롯데물산의 등기 취체역(우리나라 이사격)으로 재직했다.

이 기간 일본 롯데물산의 대표 취체역(대표이사)는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자이자 총괄회장이었다.

현재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2010년부터 3년간 석유화학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 불필요하게 일본 롯데물산을 끼워 넣고, 원료 수입대금의 30~40%를 부풀려 롯데물산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당시(2010~2013년) 대표였던 신격호 총괄회장이나 이사였던 신동주 전 부회장 모두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 같은 '신동주 책임론'은 일본 현지에서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지난 4일 발행된 일본 주간지 '다이아몬드 (週刊 ダイヤモンド·약 13만부수 잡지)'는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특별 인터뷰를 실었는데, 질문 중에는 "일본 롯데물산의 비자금 의혹 소문이 있다.

본인(신동주)은 관련이 없다고 단언하나"라는 것도 있었다.

이에 대해 신동주는 "나는 전혀 관계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하면서도 일본 롯데물산이 롯데케미칼 원료 수입에 개입한 이유를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호남석유(롯데케미칼 전신)가 2013년께까지 일본 미쓰이물산으로부터 에틸렌과 나프타를 수입하고 있었는데, 당시 미쓰이물산이 한국 국가 리스크를 우려해 호남석유와 직접 매매를 꺼리자 무역회사인 롯데물산이 사이에서 호남석유에 원료를 되파는 방식을 택했다는 게 신 전 부회장 해명의 요지이다.

또 이 잡지는 신 전 부회장에게 "비자금 의혹의 끝은 이명박 정권의 오직(汚職·부정부패) 수사라고 얘기되는데, 10년 이상 보류됐던 제2롯데월드 건설이 이 정권 당시 돌연 인정됐다.

자신(신동주)은 곁에서 봐왔는데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나"라고도 물었다.

그러자 신 전 부회장은 "제2롯데월드 건설허가가 난 2009년 당시, 한국은 경기가 어렵고 외환(보유액)이 적어 국외로부터 투자를 끌어들이고 싶어했다"며 "그래서 당시 정권은 롯데가 일본에서 투자하는 것을 조건으로 건설을 승인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구체적으로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일본의 은행으로부터 500억엔(약 5천350억원)을 조달해 제2롯데월드 건설 주체인 한국 롯데물산 등 건설에 관련된 회사에 대부했다"며 "당시 롯데홀딩스 부회장이었던 나도 대부에 관해서는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실상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신해 일본 쪽 롯데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맡아 경영하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월 사이 한·일 롯데그룹 지주사격인 홀딩스 부회장직을 포함해 일본 롯데 26개사 이사직에서 잇따라 해임됐다.

아울러 신 전 부회장은 "언제까지 경영권 다툼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제가 경영에 복귀할 때까지"라며 "롯데는 지금 위기 상황인데,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복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에 대해서는 "매출, 이익 등 숫자 지상주의의 도가 지나치다"며 "자정능력을 잃고 조직에 왜곡이 생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자신을 롯데 비자금 수사에서 완전히 배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를 모두 장악한 작년 7월 이전까지는 세 부자(父子)가 모두 경영 일선에 있었기 때문에 혼자 자유롭다고 주장할 입장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지난 12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으로 떠난 것도 자신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우려해 서둘러 출국한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