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다양한 투자자 지분인수 의사 타진…2주 연속 매각회의

정부가 이례적으로 2주 연속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한 실무회의를 여는 등 지분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할 당시 거절했던 매각대금의 분할 납입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매각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11일 매각심사소위를 열고 우리은행 지분 매각과 관련한 쟁점 사안을 논의했다.

공자위가 매각심사소위를 연 것은 지난 4일에 이어 불과 일주일 만이다.

매각소위 위원은 소위원장인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비롯해 최관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등 대부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됐다.

정부 위원은 이명순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 1명이다.

이 자리에서 소위 위원들은 시장수요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 유효 투자의 요구사항에 대한 수용 여부, 법률적 검토 등 매각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주간사를 통한 시장수요조사 결과로는 현재까지 연기금, 사모펀드(PEF), 금융사 등 국내외 다양한 투자주체가 지분 인수 의사를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과점주주 매각방식이 처음인데다 투자주체들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쟁점이 많다"고 연이은 매각소위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서는 투자 의지가 확고한 유효 투자자를 다수 확보하는 일이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앞서 2014년 경영권 지분을 제외한 소수지분을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했는데, 수요조사 때와 달리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실제 입찰에 참여한 투자자가 소수에 그쳐 뒤통수를 맞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윤창현 공자위원장은 앞서 "입찰에 참여할 진성 투자자가 나타나야 매각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투자 의사가 확고한 투자자가 일정 수준 이상 모여야 매각 공고를 내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현대증권 매각 사례에서와 같이 강한 인수 의지를 갖춘 투자자를 끌어들여 매각 흥행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 등이 현대증권 인수 대결을 펼치면서 인수가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1조2천억원대로 치솟은 바 있는데, 이를 우리은행 매각에서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필요 시 대금을 분할 납입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논의된 바는 없지만 투자자 측이 대금 분할 납입을 요청할 경우 수용 여부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0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 때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 측이 매각 대금을 깎아주거나 분할 납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산업은행이 이를 거부했고 결국 매각이 불발된 바 있다.

정부는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중 30~40%를 4~10%씩 쪼개 파는 방식의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지분에 관심을 보이는 수요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은행업 전망이 중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투자 결정을 할 주체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4배에 그쳐 시장 수요가 저조한 편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박의래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