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경영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8·15 특별사면을 언급하면서 이재현 회장에 대한 재상고 포기로 방향을 잡았지만 사면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건강 상태로는 수감생활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게 CJ의 판단이다.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회장은 지난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재상고했다. CJ는 지난 11일 8·15 특별사면 얘기가 나온 뒤 재상고를 포기하고 사면을 기다려 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사면은 형이 확정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재상고를 포기하는 순간 형이 확정돼 곧장 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유전병인 CMT(샤르코 마리 투스)를 앓고 있다. 다리와 팔의 근육이 사라지는 병이다. 최근에는 엄지와 검지 사이의 근육이 사라져 혼자 식사를 하기도 힘든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위해 법원에 제출한 의사 소견서에 따르면 이식받은 신장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교수는 “CMT 증상은 심해지고 신장기능은 정상에 훨씬 미달한 데다 환자가 죽음의 공포 등으로 정신과적 질환까지 함께 앓고 있다”며 “다시 수감되면 건강에 치명적 손상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단 며칠조차도 수감생활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소견이다. CJ가 고민하는 게 이 대목이다. 재상고를 포기하는 동시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병원에서 사면을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법원 실사 등 행정절차가 늦어지면 얼마간이라도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이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게 CJ 경영진의 고민이다.

CJ 고위 관계자는 “재상고 포기가 사면을 받기 위한 꼼수로 보일 수 있음에도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사람을 살리고 봐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재상고한 것도 법원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건강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