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 브렉시트 이후 신흥국 증시가 오히려 오른 까닭
지난달 24일 결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신흥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증시가 조정받는 국면엔 신흥국 증시가 제일 먼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다는 속설과 정반대다.

주요 신흥국 증시는 브렉시트 당일 1~3%가량 하락했지만 27일 이후부터는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24일 1.3% 떨어졌지만 27일부터 이달 8일까지 3.28% 올랐다. 5일 종가 기준으로는 3000선(3006.39)을 돌파했다. 지난 4월19일 이후 처음이다. 인도 증시 역시 투표 당일 증시는 2.24%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2.64% 올랐다. 싱가포르(3.93%) 베트남(5.89%) 러시아(3.94%) 증시도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는 것은 브렉시트가 글로벌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이렇다 할 영향을 주기 힘들다는 분석 때문이다. 브렉시트를 ‘단기 이벤트’로 봤다는 얘기다.

브렉시트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미국 금리 인상 시점이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신흥국 증시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메릴린치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시점을 미루면서 달러 가치 상승기조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며 “신흥시장을 저가에 매수할 기회가 왔다”고 분석했다.

신흥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브라질 인도네시아의 경기선행지수가 올 들어 빠르게 반등하는 등 곳곳에서 신흥국 경제 회복의 청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달러, 원자재 가격 등이 안정되면서 신흥국 경기가 상승 궤도에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그는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 신흥국이 금리를 인하하는 등 통화정책을 운용할 여지가 생긴다”며 “신흥국들의 경기 회복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