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사들이 선박 수주 계약 방식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까지 조선업계에서 당연하게 여기던 ‘헤비테일’(heavy tail:인도 때 대금 대부분을 받는 계약 방식) 계약 대신 선수금과 중도금 비율을 높이는 계약 방식으로 변경하고 있다. 수주를 위해 조선사에 불리한 헤비테일 계약을 감수했다가는 경영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27일 SK E&S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계약을 체결하면서 인도 때 받는 대금 비율을 50% 이하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50% 이상을 선수금 및 중도금으로 받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달 8일 그리스 안젤리쿠시스그룹으로부터 LNG선 2척과 초대형 유조선 2척을 수주하면서 선수금 및 중도금 비율을 50% 수준으로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조선사 간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2013~2015년과 비교하면 인도 시 대금 비율이 낮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시 일부 조선사는 선가의 80%를 인도할 때 받기로 계약할 정도로 헤비테일 관행이 당연시됐다. 발주사들이 이런 계약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계약이 늘다 보니 조선사 재무구조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배를 완성하기 전까지는 돈이 거의 들어오지 않으니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늘었다. 계약을 체결할 때 선가의 5%만 지급하면 되니 자금 사정이 나쁜 선사들도 선박 발주에 뛰어들 수 있었고, 이들 중 일부는 막상 인도 시기가 다가오자 여러 문제를 제기하면서 인도를 거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가 늦어지거나 거부당한 계약 대부분이 헤비테일 방식 계약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선사 관계자는 “수주가 많이 없는 상황이지만 헤비테일 계약을 체결했다가 회사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다”며 “앞으로 선수금과 중도금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