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유리온실 사업을 접어야만 했던 옛 동부팜한농 사태를 떠오르게 하는 일이 또 벌어질 태세다. LG CNS가 새만금에 해외투자사와 함께 3800억원을 투자해 여의도 면적의 4분의 1(76ha, 약 76만㎡) 규모의 스마트팜 단지를 세우려는 것에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농은 “LG그룹이 농업 진출을 바로 중단하지 않으면 본격적인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정부와 국회를 향해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것도 요구했다. 한마디로 농업에 대한 그 어떤 기업형 투자도 안 된다는 식이다.

스마트팜은 작물 재배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생육 환경을 자동 제어하는 첨단 농장이다. 각국이 농업 경쟁력 제고에 주력하면서 스마트팜은 그야말로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있다. 더구나 LG그룹은 이 기술을 재배지에 적용하는 등 시설개발에 투자하는 것이며, 농작물 재배는 이를 위한 테스트베드라고 말한다. 농민들과 직접 경쟁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이번 투자가 성공하면 스마트팜 확산 등 농민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은 무슨 이유로도 안 된다고 한다. 지금의 영세농 위주 생산체제로는 한국 농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는 건 뻔한 사실이다. 고부가가치 농업을 육성하려면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하고 해외로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것도 그렇다. 만약 농민단체 주장대로 일체의 기업형 투자를 막으면 무슨 수로 선진농업을 하자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농민단체도 문제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어정쩡한 자세도 개탄스럽다. 농식품부는 LG CNS 측에 “농민들을 만나 상생방안을 마련한 뒤 사업을 진행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정부는 뒤로 빠진 채 사업자에 갈등 해결의 짐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툭하면 창조농업을 외치는 농식품부가 농업의 첨단화를 반대하는 농민단체에 대해선 눈치만 본다. 한국 농업이 안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