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5일 발표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 대해 서비스업 개선이라는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하나의 정책에 너무 많은 걸 담아 정책의 선명도가 떨어진다며 아쉬워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는 방향,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동반 발전을 모색한 시도, 규제 철폐를 위한 정부의 노력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점수를 줬다.

그러나 의료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백화점식으로 나열되는 대책과 논란이 됐던 원격 진료 등에 대해 사실상 입장을 보류한 건 아쉽다고 했다.

과거 정책과 비슷한 '재탕에 불과하다'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 "서비스업 발전하려면 규제 철폐도 필요"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흐름을 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이제 분리하기 어려운 분야다.

특히 제조업은 관련 소프트웨어나 마케팅 등 제조업 지원 서비스업이 융합돼야 생산성도 올라가고 더 좋아진다.

그런 면에서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융합발전을 중요 전략으로 잡은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서비스업을 발전시키려면 여러 가지 방안들이 있지만 좋은 인재들이 흘러들어 가게 해야 한다.

7대 유망서비스산업을 보면 의료나 금융 외에는 일하는 사람의 처우가 좋은 산업이 별로 없다.

관련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인재가 서로 들어가려고 하고 더 발전할 수 있다.

하나의 산업이 발전하려면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종 규제로 발목을 잡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게임 산업의 경우 우리나라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분야인데도 각종 규제로 발목이 잡혀 시들어 가는 모습이다.

놀고 해를 주는 분야라고 생각해서인지 각종 규제가 생기면서, 투자도 줄어들고 관련 인력도 위축되고 있다.

지금은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주도권을 많이 빼앗겼다.

게임 산업은 최근 나오는 가상현실(VR)이나 인공지능(AI) 등 확장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은데도 더 투자와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

◇ "서비스업 키우려면 국민 소득 높여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크고, 고용도 많이 창출하기 때문에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방향은 맞다.

또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육성을 지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문제는 서비스업이란 것은 소득이 있어야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업에서는 소득이 느린 속도로 늘어난다.

수출로 소득을 끌어와서 서비스업에서 소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수출로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비스업에 소비하도록 유도하면 결국 부채를 늘려서 하는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런 부분도 있다.

수출을 지원해서 돈을 벌면 그 돈으로 소비가 늘어나고, 그 결과 서비스업이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경제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수출은 부진하고 소비만 유도하니 구조적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소비는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 문제다.

지적 재산권, 소프트웨어, AI 등에 대한 세제지원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의료, 관광, 교육 등 다른 서비스업의 경우는 세제지원을 하더라도, 소비가 이뤄져야 고용도 늘어나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할 소비자들은 소득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 "백화점식 대책 나열은 아쉬워"
김문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서비스업 전략안에 백화점식으로 너무 많은 부분을 넣은 것 같다.

의료부터 제조업까지 다 들어가 있다.

안 다루는 산업이 없는 것 같다.

정부 몇 개 부처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협업이 이뤄질지 모르겠지만 얼핏 봐도 미래부, 산자부, 문화부 등 다양한 부처와의 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갖추고 정책을 추진할지가 중요하다.

좋은 걸 나열하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한 작업인 것 같다.

재원이나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이를 극복하고 꾸준하게 추진하는 게 관건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같은 거대 서비스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역사가 짧은 측면, 각종 규제, 인재 풀의 한계 등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논란이던 드론 택배, 원격진료 등은 개선을 검토한다고 했으나 구체적 내용은 빠졌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법적인 제도도 만들어진 이후에 추진해도 늦지 않을 듯하다.

모든 규제를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 "과거정책 재탕…민감한 사안에 정부 태도도 명확해야"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과거에 나왔던 정책과 비슷한 수준의 발표인 것 같다.

백화점식으로 많은 걸 다뤘는데 이런 경우 실제 적용 가능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핵심정책을 몇 개 선정한 후 이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 특징은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경기가 악화하면 일반 직장에 다니던 사람들이 나와서 자영업자로 변신한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업으로 일자리를 늘린다는 접근은 별로 바람직한 방향은 아닌 것 같다.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부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 편의점 판매 의약품 확대, 드론 택배 등 민감한 사안은 뒤로 미뤘다.

이런 정책들은 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인 만큼 정부가 명확한 태도를 보이는 게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고동욱 박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