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권력 부재'…야당도 '대표 사퇴' 내홍
파운드화 10% ↓·증시는 회복…충격 완화 경기부양 임박


지난달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가 국민투표로 결정된 이후 열흘간 영국은 극심한 혼란상을 드러냈다.

정치적으로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사임 발표로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에 '정부 부재' 요소가 가세했다.

여당은 정국불안에 차기 총리 선출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을 거부하는 여론은 여전히 거세지만 차리 총리에 도전한 후보들은 모두 '재투표는 없다'며 브렉시트를 기정사실로 했다.

야당인 노동당도 대표 사퇴를 놓고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경제적으로는 파운드화가 급락하고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통화 당국은 경기부양과 통화정책 완화를 시사하고 나섰다.

◇ 여야 대혼돈…여당 대표 경선, 야당 대표 사퇴 내홍
EU 잔류를 주장한 캐머런 총리는 국민투표 결과 EU 탈퇴 52%, 잔류 48%로 드러나자 곧바로 사임을 전격 발표했다.

재투표와 의회의 입법 거부 등을 요구하는 여론이 일면서 과연 브렉시트로 갈지를 두고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우려됐던 '권력 부재'라는 불안 요소가 보태진 것이다.

이에 보수당은 9월9일까지 차기 총리에 오를 대표를 선출하는 일정을 서둘러 확정했다.

테리사 메이(59·여) 내무장관, 앤드리아 리드솜(53·여) 에너지차관, 마이클 고브(49) 법무장관, 스티븐 크랩(43) 고용연금장관, 리엄 폭스(54) 전 국방장관 등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경선 돌입 이후 재투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일단 제거됐다.

후보 모두 '재투표'는 없다고 못 박고 EU 탈퇴 협상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보수당 하원의원 331명은 12일까지 투표로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한다.

경선 초반 EU 잔류를 지지했던 메이 후보가 우위를 달리는 가운데 탈퇴파 고브후보와 리드솜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메이와 리드솜으로 압축되면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등장, 브렉시트 정국 수습에 나서게 된다.

특히 경선 과정에서 '사람 이동의 자유'와 EU 단일시장 접근 등 EU 탈퇴 협상의 쟁점과 관련한 후보들의 입장이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9월8일까지 우편투표를 벌이는 약 15만명의 보수당 당원이 내릴 결정이 차기 총리뿐만 아니라 영국과 EU 관계를 정하는 선택이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브렉시트를 거부하는 여론은 누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의회 청원게시판에 재투표를 요구하는 서명자가 4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전날 시민 4만여명이 런던 도심에서 브렉시트 반대 거리 행진을 벌였다.

야당인 노동당도 전례 없는 위기로 대표 경선이 임박한 상황이다.

예비 내각이 코빈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무더기 사퇴했다.

이어 하원의원 75%가 대표 불신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코빈은 구속력 없는 불신임안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했다.

작년 9월 자신을 선출한 당원들의 위임이 여전하다며 도전자가 나선다면 다시 출마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작년 대표 경선은 의회와 당원 민심 사이에 커다란 괴리를 드러냈다.

주류 의원들이 '영원한 이방인' 코빈 후보에 완패했다.

코빈이 선거에 패배한 기성 정치에 실망한 당원들의 폭발적인 지지로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앤젤라 이글 의원을 포함해 일부 의원의 지지 서명을 받아 대표직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춤하는 모습이다.

실제 경선이 성사되더라도 노동당의 혼돈이 사그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 파운드화 10% 하락 vs 증시는 회복…경기부양·통화정책완화 임박
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 파운드화는 한 차례 폭락한 뒤 횡보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일 런던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는 1.3267달러로 마감했다.

브렉시트 결정 직전보다 10.8% 하락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파운드화가 1.2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락한 파운드화가 '뉴 노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런던증시의 FTSE 100 지수는 강한 반등에 나서 오히려 브렉시트 결정 직전보다 올랐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실물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경기 부양을 시사한 것은 경기 둔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앙은행 영란은행(BOE) 마크 카니 총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사견임을 전제로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한동안 고조된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타당한 것 같다"며 "경제 전망이 악화했고 일부 통화정책 완화가 올여름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몇 개월 동안 영란은행은 경제 성장을 지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란은행이 7∼8월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설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영란은행은 2009년 3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로 내린 데 이어 2012년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도 지난 1일 "정부는 재정 적자에 계속 엄격해야지만 2020년까지 흑자를 달성하는 것에 대해 현실적일 필요도 있다"고 말하고 유연성을 언급했다.

브렉시트 이후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자 재정 기조 전환을 통한 적극적 경기부양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영국 경제는 당장 3분기부터 성장 둔화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앞으로 1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동시에 파운드화 급락으로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