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라인 상장이 특별한 이유
한국에서 월급쟁이가 벼락부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우연히 구입한 복권이 당첨되거나 물려받은 땅값이 갑자기 뛴 경우가 아니라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단기간에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높은 연봉을 받는 자리에 있어도, 스타급 전문경영인이 돼도 벼락부자는 되기 힘들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이 뉴욕과 도쿄 증시에 동시 상장을 추진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의 성공사례는 신선하다. 신중호 CGO는 스톡옵션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2.78%(557만2000주)보다 두 배가량 많은 5.12%(1026만4500주) 받았다. 이를 주당 공모예정가인 2800엔으로 환산하면 약 3185억원이며 실현가능한 차익은 약 2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라인의 상장은 그 열매가 창업자나 창업자의 가족 또는 특수관계인에 귀속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기여한 전문경영인이 대표적인 수혜자가 됐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창업자나 오너가 아니어도 기여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한국 기업사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네이버와 라인의 이사회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네이버의 고유한 지배구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 지배구조는 좁은 의미에서는 기업을 구성하는 자본의 소유양상을 의미하는데 넓은 의미로는 기업경영을 통제하는 체계를 둘러싼 제도와 환경까지 포함한다.

한국 대기업의 일반적인 지배구조는 총수 일가가 그룹의 주요 회사뿐만 아니라 각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한 뒤 각 기업을 순환고리 형태로 엮어서 통제하는 형태다. 순환출자 방식은 경제력 집중 심화, 무분별한 사업영역 진출, 소유와 지배의 지나친 괴리 등을 초래해 사회 경제적 문제를 유발하고 부와 경영권을 편법으로 상속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복잡한 순환출자로 인해 지배구조의 건전성 측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과는 달리 네이버는 모기업→자회사→손자회사로 연결되는 단선적인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네이버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이해진 의장이나 가족은 계열사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 법인 자체가 계열사 지분을 100% 소유하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기에 자회사를 상장하면서 전문경영인에게 상당한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개인 최대주주의 지위까지 부여하는 선진적인 경영모델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네이버의 해외 자회사인 라인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출시한 지 5년 만에 가입자 10억명, 매출 1조원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현지 증시에 상장하는 사례들은 있었지만 독자적인 기업 역량을 갖추고 독립적인 비즈니스를 수행하며 성장한 해외 자회사가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사실상 최초다. 라인이 도쿄와 뉴욕 증시에 동시에 상장됨으로써 라인은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제고하고 북미 등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힘을 축적할 것으로 기대된다.

라인 상장의 또 다른 의미가 월급쟁이 전문경영인에 대한 선진적인 보상 모델을 제시한 것에 있기에 이런 모델이 다른 기업들에도 널리 확산돼 조직 내 월급쟁이들의 기업가정신이 한껏 고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전문경영인의 몫으로 돌아간 라인 상장의 열매 중에서 일부가 사회나 다음 세대를 위해 멋지게 쓰인다면 라인 상장의 의미는 더욱 특별해지고 우리는 존경받는 벼락부자를 갖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성철 <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