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은 한계가구가 134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지금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지 않더라도 향후 금리가 상승하면 집단 부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급증하고 있는 집단대출(아파트 중도금 대출)은 수도권 외 지역이나 비(非)은행권 대출을 중심으로 부실화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빚 갚기 힘든 한계가구, 1년 새 4만가구 늘었다
○한계가구 부채 전체의 29%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현재 한계가구는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1072만가구)의 12.5%인 134만2000가구로 집계됐다. 1년 전(130만3000가구)보다 약 4만가구 늘어난 수치다. 이들이 가진 금융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29.1%로, 1년 전(28.6%)보다 비중이 0.5%포인트 높아졌다. 한계가구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아 금융 순자산이 마이너스 상태이면서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은 40%를 넘는 가구다.

가계부실위험지수(HDRI)가 100을 초과하는 부실위험가구는 작년 3월 말 현재 111만4000가구로, 1년 전(108만2000가구)보다 약 3만가구 증가했다.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10.4%다.

○지방 집단대출 부실 우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는 집단대출도 수도권 외 지역과 비은행권에서 부실화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중도금, 이주비, 잔금대출 등을 포함하는 집단대출은 올 1분기 5조2000억원 늘어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9조7000억원)의 절반을 넘었다.

한은에 따르면 수도권과 달리 5개 광역시에서 2010년 이후 아파트값은 계속 상승해 올 평균 분양가격이 ‘역사적 고점’으로 평가받는 2008년 수준에 근접했다. 부산 대구 등 일부 지역은 아파트 공급 물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올 들어 은행권 위험관리가 강화되면서 비은행 금융회사의 집단대출이 크게 늘어난 점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인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도 5년래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고정 이하 여신비율)은 지난 3월 말 현재 2.6%로, 2011년 3월 말 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구조조정 업종으로 꼽히는 해운·조선·철강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한계기업’ 비중 역시 지난해 말 3278개로, 2014년 말(3239개)보다 39개 증가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