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저금리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펀드로 몰리고 있어서다. 투자자문사들이 전문투자형 자산운용사로 탈바꿈하며 운용사 숫자도 늘었다. 다만 이 같은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운용업계의 ‘주포’인 공모펀드가 부진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운용사들은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수요가 꾸준한 사모펀드와 대체투자펀드 분야를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운용자산 846조원 돌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115개 운용사의 운용자산(AUM)은 지난해 같은 시점(755조원)보다 12.1% 늘어난 84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펀드 형태로 445조원, 투자일임으로 401조원이 순유입됐다.

특히 사모펀드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달 27일 기준 사모펀드 순자산액은 228조9040억원으로 공모펀드(227조9291억원)를 처음으로 앞섰다. 사모펀드는 1년 전(199조8262억원)보다 14,56% 늘었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213조7869억원)가 6.61%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시장이 커지는 속도가 두 배가량 빠른 셈이다.

공모펀드 중에서는 채권형 펀드와 혼합형 펀드가 인기다. 이 두 상품군엔 1년 새 각각 4조5000억원과 6조2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중국 증시 급락,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해외발(發)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사모펀드 중에도 채권형 펀드의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다. 1년 새 11조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자하는 특별자산펀드도 같은 기간 8조9000억원을 끌어모으는 등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운용사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87곳이었던 운용사는 올해 3월 말 115곳이 됐다. 15곳이 투자자문사에서 운용사로 전환했다. 새로 법인을 세운 업체도 13곳에 달했다. 운용업계에 종사하는 총 임직원 수는 5567명으로 1년 전(4941명)보다 626명 증가했다. 사모펀드에 특화한 자문사들이 대거 가세한 만큼 업체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분사·전문화 등으로 차별화

1분기 운용사의 순이익은 13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85억원)보다 503억원(56.8%) 늘었다.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수수료 수익(647억원)도 함께 증가했다. 운용사들은 자산의 0.5% 안팎을 수수료로 떼고 있다. 운용자산의 규모가 클수록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다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는 모습이다. 115개 운용사 가운데 적자를 본 회사는 41곳으로 지난해 26곳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아졌다. 특히 주식형 공모펀드에 주력했던 중소형사와 외국계 업체들이 큰 손실을 냈다.

공모펀드는 운용업계의 골칫거리다. 국내 주식시장이 수년째 박스권에 갇히면서 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뚝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수익이 없다 보니 투자자들도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28일 기준 35조7824억원이다. △2013년 말 41조3101억원 △2014년 말 39조4341억원 △2015년 말 37조8643억원 등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최근 운용업체들은 분사, 전문화 등을 통해 경쟁업체와 차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붕어빵’ 사업모델로는 추가 성장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액티브본부를 따로 떼어내 △성장(그로스) △가치(밸류) △헤지펀드 등 세 개 운용사로 나눌 예정이다. 미래에셋그룹은 대우증권을 합병하며 인수한 산은자산운용 이름을 ‘멀티에셋자산운용’으로 바꾸고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로 키운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KB금융지주가 인수한 현대자산운용도 특화 전문운용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