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브렉시트 최대 수혜국은 아일랜드…EU 미래, 프랑스·독일 리더십에 달려"
“브렉시트와 같은 국가 이해득실을 따지는 중요한 문제는 국민투표가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정부가 결정해야 했습니다.”

도널드 존스턴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사진)은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은 아주 슬픈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캐나다인인 그는 1996~2006년 OECD 사무총장을 지냈다. 지금은 프랑스와 캐나다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머무는 동안 인터뷰를 했다.

존스턴 전 사무총장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를 국민투표에 부친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EU에 남는 것이 좋으냐, 나가는 것이 좋으냐는 경제적 득실을 따져야 하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라며 “국민 모두에게 이를 쉽게 이해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영국에서는 찬반투표가 끝난 지 8시간이 지나서야 ‘EU가 무엇인가?’ ‘EU에 남아야 하는 이유가 뭔가?’ 등을 알아보는 인터넷 검색량이 급증했다.

그는 “국민이 정부를 구성해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도록 맡기는 것은 전문성을 가지고 국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서 최선의 선택을 하라는 것”이라며 “이번 사안이야말로 정부가 직접 결정해야 하는 종류였다”고 강조했다.

존스턴 전 사무총장은 브렉시트로 인해 치러야 할 영국의 비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브렉시트 결정에 따라 투자 등이 감소할 것이라며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영국의 국가신용등급(Aa1)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점을 근거로 들었다. “EU에서 빠져나간 영국은 앞으로 국가 부채에 대해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한다”며 “영국 사람들도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이자를 더 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농업 경쟁력도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했다. “EU가 농업 부문에 거대한 보조금을 쏟아넣고 있는데, 영국은 브렉시트로 보조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EU산 수입 농산물 등에 관세까지 매겨진다면 영국 내 식품가격은 지금보다 오를 수밖에 없다.

존스턴 전 사무총장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의 독립 움직임도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브렉시트로 아일랜드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꼽았다. “영어권 EU 국가에 거점을 두려는 해외 기업들이 런던 대신 아일랜드 수도인 더블린으로 몰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U의 장래를 묻자 그는 “EU가 왜 태어났는지를 다시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공동체 전체가 시장 자유화로 무역과 투자에서 상호 의존토록 해 완전히 통합된 경제 공동체를 만들려는 철학이 뿌리”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이룩한 ‘하나의 유럽’은 인류 최고의 사회공학적 성취인데 이제는 위험에 처했다”며 “EU가 깨지면 독일과 프랑스 간 긴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존스턴 전 사무총장은 “과거 우리에겐 2차 세계대전 후 유럽부흥계획을 마련한 미국의 조지 마셜 장군과 EU 체제를 구상한 프랑스의 경제학자 장 모네가 있었다”며 “지금은 (고립주의를 주장하는) 보리스 존슨(브렉시트 캠페인을 주도한 전 런던시장)과 도널드 트럼프(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EU를 끌고 나간다면 브렉시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네덜란드 등 일부 회원국에서 반(反)EU 국민투표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투표 캠페인을 벌이는 인물 중 유력 인사는 많지 않다”며 “EU가 종언을 맞았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했다.

■ 아일랜드

1921년 12월 영국에서 독립한 국가다.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섬(7만273㎢)으로 영국 서쪽 북대서양에 있다. 인구는 400여만명으로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수도는 더블린이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19개) 중 하나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