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달러 예금 이달 들어 2조3천억원 증가
브렉시트 후 안전자산 달러·금에 투자 몰릴 듯


국내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투자가 이달 들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식이나 펀드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보다는 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단행된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과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로 내외 금리 차가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가 주목받고 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우리·KEB하나·농협은행 등 5대 대형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22일 331억9천500만달러로, 5월 말 잔액(311억9천100만달러)보다 20억400만달러 늘었다.

이는 22일 만에 원화로 2조3천507억원 증가한 것으로, 올해 들어 월별 증가액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이 예견됐던 지난 3월(36억9천4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일본은행(BOJ) 금융정책결정회의 같은 대형 이벤트 등으로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예금으로 돈이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24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이후 달러화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온 원화 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돼 달러 수요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도가 증가해 국내에서는 달러 예금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브렉시트가 결정된 24일에 국내 금융시장에선 달러화 초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29.7원이나 급등했다.

이날 하루 원/달러 환율 변동 폭은 33.2원을 기록, 지난 2011년 9월 23일의 46.00원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브렉시트가 확정된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1.47포인트(3.09%) 후퇴한 1,925.24로 마감했다.

낙폭은 2012년 5월18일(62.78포인트) 이후 4년여 만의 최고 수준이다.

시장 불안이 커짐에 따라 달러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제 금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안전자산 선호도 증가로 금 매입이 최근 늘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의 골드바 잔액은 지난달 말 6억7천만원이었으나 이달 22일 16억7천만원으로 22일 만에 약 150% 급증했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잔액도 지난달 말에 견줘 22일 만에 10억원이 늘었다.

브렉시트 후 금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된 후 금값은 구매자들이 몰리면서 하루에 4.7% 급등했다.

2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물 금은 전날보다 59.30달러(4.7%) 상승한 온스당 1,322.40달러로 마감해 2014년 7월 이후 최고로 올라섰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값이 온스당 1,400달러에 근접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구매자가 늘면서 금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4일 KRX 금시장에서 금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천370원(5.04%) 급등한 4만9천420원(3.75g기준 18만5천325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이는 지난 2월12일의 종전 최고가(4만8천원)를 4개월 만에 경신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박의래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