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에 남을지, 떠날지를 결정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하루 앞둔 22일(현지시간). 런던 금융특구인 시티오브런던에 있는 환전소마다 영국 파운드화를 유로나 미국 달러로 바꾸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렉시트가 일어나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할지 모른다는 ‘만약’에 대비한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운명의 날] 환전소로 몰려든 영국인들 "파운드화 폭락 두려워…유로·달러로 바꿔두자"
환전소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한 여성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수천 파운드를 달러와 유로로 바꾸려 한다”며 “투표 결과가 나오는 금요일까지 돈을 침대 매트리스 밑에 숨겨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에드라고 밝힌 한 남성은 “다음주에 그리스에 놀러갈 예정”이라며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위험을 회피(헤지)하고 싶다”고 했다.

영국우체국에 따르면 21일 기준 환전액은 지난해 같은 날보다 74% 늘었다. 이 가운데 온라인 환전액이 전년 같은 날보다 381% 급증했고, 직접 영업소를 찾은 고객의 환전액도 49% 증가했다.

워털루의 국제 환전거래소에서 일하고 있는 대니얼 프리오리는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사람들이 (투표일인) 내일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인의 EU 잔류 지지가 탈퇴 찬성 응답을 소폭 앞섰다는 여론조사에 며칠간 ‘안도 랠리’를 펼쳤던 세계 금융시장은 혼전을 거듭했다. 탈퇴를 우려하면서도 영국이 결국 EU에 남을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했다.

영국이 23일 새벽을 맞는 동안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1.07% 오른 16,238.35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0.29% 내린 1986.7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47% 하락한 2891.96으로 마감했다.

아키노 미쓰시게 일본 이치요시자산운용 이사는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바뀌고 있어 투표 종료 때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며 “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관망세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영국이 국민투표를 시작한 뒤 열린 유럽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영국 FTSE100 지수, 프랑스 CAC40 지수, 독일 DAX 지수는 모두 1%대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가 새로 발표한 조사에서 잔류를 지지한 응답이 52%로, 탈퇴를 지지한 응답 48%를 앞섰기 때문이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이날 오전 11시30분께 파운드당 1.4946달러까지 올랐다. 1주일 새 6% 넘게 오른 것이다. 파운드화 가치는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끼칠 악영향을 반영해 브렉시트 가능성과 반대로 움직여왔다. 1992년 파운드화에 대규모 공매도 공세를 펼쳐 돈을 번 헤지펀드 업계 대부 조지 소로스는 지난 20일 “브렉시트 시 파운드화가 15% 급락한 1992년보다 큰 폭으로 떨어져 ‘검은 금요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키트 주크스 소시에테제네랄 거시경제 전략가는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EU 잔류가 결정되면 파운드화 가치가 파운드당 1.50달러 이상으로 뛰어오르고, 탈퇴로 결론나면 파운드당 1.35달러로 급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이 EU에 잔류할 것으로 본다면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중국 증시에서 6200%에 이르는 수익률을 올린 중국 헤지펀드 매니저 황웨이민 유룽펀드 대표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영국의 EU 잔류로 결론이 날 것”이라며 “이후 세계 증시에 매우 강한 ‘안도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