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뇌물' 주주로 있는 회사가 이익…"제3자 뇌물제공죄 적용했어야"
검찰, 파기환송심서 공소장 변경 검토

해군참모총장 지위를 이용해 방산업체로부터 장남이 주주로 있는 요트회사의 후원금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옥근(64) 전 해군참모총장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고법에 돌려보냈다.

후원금을 받은 회사의 이익을 정 총장의 이익이라고 볼 수 없어 단순 뇌물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애초에 검찰이 단순 뇌물죄가 아닌 제3자 뇌물제공죄로 기소했어야 했다는 지적이어서 법리 논란도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3일 옛 STX그룹 계열사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총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 총장의 장남 정모(38)씨와 후원금을 받은 회사의 대표이사 유모(61)씨에 대해서도 무죄취지로 사건을 내려보냈다.

재판부는 "후원금을 받은 주체는 요트회사라고 봐야 하므로 피고인들이 직접 후원금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어 후원금에 대한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트회사의 주주로서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게 되더라도, 형법이 단순 수뢰죄와 제3자 뇌물제공죄를 구별하는 취지에 비춰 주요 주주로서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에 대해 단순 수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주주로서 얻게되는 경제적 이익으로는 단순 뇌물죄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검찰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제3자 뇌물제공죄로 공소장을 변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 공소장 변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변경 가능여부는 법정에서 다시 다퉈야 할 부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2008년 9월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을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옛 STX그룹 계열사에서 장남이 주주로 있는 회사를 통해 7억7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3월 장남과 함께 구속기소됐다.

회사가 후원받은 돈 7억7천만원을 정씨 부자의 뇌물액으로 볼 수 있을지가 사건 쟁점이었다.

검찰은 7억7천만원 전액을 뇌물액으로 봐 정씨 부자를 특가법상 뇌물죄로 기소했다.

특가법은 3천만원 이상의 뇌물수수를 가중처벌하도록 하면서, 뇌물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1심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정 총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4억원, 추징금 4억4천500만원을 선고했다.

장남에게도 공모관계를 인정해 징역 5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3억8천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뇌물액수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며 특가법이 아닌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해 형량을 대폭 줄였다.

금품이 정 총장 개인이 아닌 장남 회사 명의로 입금된 만큼 뇌물액은 이들이 보유한 회사의 주식비율에 따라 정해지는데, 이 경우에는 그 액수를 알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정 총장에게 징역 4년을, 장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서 정 전 총장은 해군참모총장 재직 당시 해군복지기금 5억2천67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2012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