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밴업계 절반씩 부담…밴 대리점에 수수료 보전
8월 이후 대부분 가맹점에서 무서명 카드거래 가능할듯

수수료를 둘러싼 카드사와 밴(VAN)사의 갈등이 봉합되면서 5만원 이하 금액을 카드로 결제할 때 서명하지 않아도 되는 무서명 카드거래가 탄력을 받게 됐다.

이 제도가 도입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수수료 보전과 관련한 업계 갈등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었다.

오는 8월부터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의 가게에서 편하게 무서명 카드거래 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와 밴사는 최근 수수료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세부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5만원 이하 무서명 카드거래는 지난달 1일 시행됐다.

정부는 신용카드로 소액을 결제하더라도 일일이 서명해야 하는 소비자의 번거로움을 줄이면서 카드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줄어들게 된 카드사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고객이 1천원을 카드 결제할 경우 카드사는 2%인 20원을 가맹점에서 수수료로 떼 간다.

단말기를 통해 카드사와 가맹점을 연결, 카드 조회·승인이 이뤄지도록 하는 밴사는 1천원짜리 결제든 100만원짜리 결제든 카드사로부터 서명 1건당 100~110원 정도의 정액 수수료를 받는다.

소액 결제 때는 카드회사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카드결제 중 5만원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84% 정도다.

문제는 무서명 카드거래 도입으로 밴 대리점의 수입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거졌다.

밴 대리점은 고객이 서명하는 카드 전표(영수증)를 수거해 카드사에 전달하는 대가로 받은 수수료가 주된 수익원이다.

카드사가 밴사에 주는 결제 건당 수수료 100원 중 36원이 밴 대리점 몫이다.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로 수거해야 할 전표가 줄어들면 밴 대리점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밴 대리점은 전표 수거 외에 단말기 설치·수리도 하는데 결제 건당 수수료 36원을 모두 깎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해왔다.

결국 카드사·밴사·밴 대리점은 금융위원회 중재 하에 연초부터 4차례 격론을 벌여 카드사와 밴사가 밴 대리점에 수수료를 보전해주는 데 합의하고 5만원 이하 무서명 카드거래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수료를 얼마나 어떻게 보전해줄지에 대해선 합의가 되지 않아 지난달 1일 이후에도 무서명 거래가 되지 않는 가맹점이 많았다.

현재 대부분의 가맹점이 이용하고 있는 단말기는 서명하지 않으면 결제 자체가 되지 않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밴 업계와 카드업계는 우선 건당 수수료 36원에서 절반씩(18원)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카드사가 18원, 밴사가 12원을 보전해주면 밴 대리점은 6원 손실을 자체 감수하는 구조다.

신용카드 영세 가맹점은 수수료 보전금을 올해 30%만 부담하고 내년부터 부담률을 높이는 등 부담률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말까지는 전체 카드가맹점 절반 이상에서 5만원 이하 결제 때 무서명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맹점의 카드결제용 단말기와 서버 교체 작업까지 마무리하면 8월 이후엔 대부분 가맹점에서 5만원 이하 결제 시 무서명으로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