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격주 한 번 수십억 달러 유치, 7년간 150억 조달
中경쟁자 디디도 지구전 돌입, "향후 2∼3년 후 기업공개 관건"

"우버, 16억 달러 자금 조달 임박", "우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서 35억 달러 투자 유치", "우버 레버리지론 시장서 20억 달러 현금 조달"
최근 들어 거의 격주 꼴로 우버의 거액 신규 펀딩 소식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파리에서 택시가 잡히지 않아 화를 내던 창업주들이 차량호출 서비스 사업을 고안해 낸 지난 2009년 이후, 우버가 끌어모은 자금은 150억 달러(17조3천550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 돈은 단지 서류상 가치가 아니라 모두 현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세계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높은 680억 달러(79조 원)의 기업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우버는 아직 비상장 사기업에 불과하다.

트래비스 칼라닉 CEO는 "빨리 기업공개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능한 한 늦게 할 생각이다"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과거 아마존은 1997년 기업공개를 할 때 5천4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고, 그 가치는 곧바로 4억3천800만 달러가 됐다.

칼라닉 CEO가 기업공개를 할 생각이 없으면서도 이처럼 거액의 돈을 끌어모으는 이유는 뭘까.

NYT는 "우버가 중국과 인도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면전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우버가 10억 달러를 조달할 때마다 벤처 캐피털 투자자들은 우버의 경쟁자들인 디디추싱(滴滴出行), 리프트, 게트, 할로, 주노 등을 덜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고 작은 우버의 경쟁자들은 우버의 성공을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며 뒤늦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규모 경쟁자들은 현금이 고갈돼 자금 압박 속에 사라져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우버의 신규 펀딩은 고객과 운전기사를 확보하기 위한 라이벌 간의 경쟁이 본질이 아니라, 경쟁 상대들에게 흘러갈 돈의 흐름을 아예 차단해 버리겠다는 일종의 '고사(枯死)전략'이라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물론, 이 소모적 지구전도 쉽지 않은 싸움이다.

중국 시장에서 우버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디디도 최근 애플로부터 10억 달러를 조달받는 등 70억 달러의 신규 펀딩을 일으켰다.

갈 때 까지 가보자는 얘기다.

블랙록, 타이거 글로벌 등 이들 두 회사에 동시에 투자한 금융사들도 있다.

이들은 은근히 두 회사의 합병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2018년 또는 2019년에는 기업을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이전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 특별 디스카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버 측은 북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 호주 등에서 이익을 보고 있어서 거액의 자금 조달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엄청난 보조금을 운전자와 고객에서 지급해야 하는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매년 2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우버에 위기가 될 수도 있다.

NYT는 "문제는 우버의 기업 가치가 계속 올라갈 수 있을지, 이런 방식의 거액 신규 펀딩으로 경쟁자들의 현금을 고갈시킬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라며 향후 2∼3년이 우버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