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2020년부터 보험부채 시가평가…수익 인식 땐  저축성 보험료 제외
세계 8위 규모로 성장한 국내 보험업계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보험상품 개발, 가격, 판매채널 등의 규제를 풀고 자율 경쟁을 촉진하는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1993년 이후 22년 만에 보험업권의 규제 빗장을 풀었다. 사실상 당국 인가제도로 운영되던 보험상품 사전신고제를 폐지하고, 사후보고제로 전환했다. 보험업계는 무한경쟁시대에 들어갔다.

보험업계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4의 2단계 도입이 그것이다. 한국 회계기준은 2011년부터 국제 표준인 IFRS를 적용하고 있다. 이 국제회계기준을 구성하는 기준서(43개) 중 하나가 IFRS4(보험계약)다. 보험계약 관련 회계처리 기준 및 방법을 규정한 부분이다.

국제회계기준은 국가 간 서로 다른 보험회계 관행을 일시에 조정하기가 곤란하다는 판단에 따라 현 1단계에선 각국 관행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2020년 시행 예정인 2단계부터는 보험부채 시가평가, 수익인식 기준 변경 등을 국제적으로 통일할 예정이다.

보험회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수익(매출)으로 인식하고, 미래 지급할 보험금을 부채로 기록한다. IFRS4 2단계 기준서의 개정 내용은 이 수익과 부채 인식에 모두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보험료 수익 인식은 현행 납부 보험료를 받는 시점에 수익으로 잡는 ‘현금주의 수익’에서 저축성 보험료를 제외한 부분만 수익으로 인식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보험회사의 수익 규모는 현행보다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보험부채도 계약자가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 지급할 금액과 비슷한 정도만 부채로 적립하면 된다. IFRS 2단계 기준은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을 추정해 현재 금리로 할인한 현재가치 개념으로 시가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 연 7% 이상의 확정고금리 보험상품을 판매한 경우 현 시점의 금리(2% 정도의 저금리)로 할인해야 한다. 미래 지급금액(보험부채)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한국 금융감독당국은 새로운 회계기준 연착륙을 위해 감독제도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 역시 이에 맞춰 보험상품 분석, 보험계리 인프라 구축, 경영관리 변화 등에 대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이 보험비즈니스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어경석 < 삼정KPMG 감사부문 금융사업본부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