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70조 풀렸다는데…
5만원권 지폐의 발행 잔액이 올 들어서만 5조원 넘게 늘었지만 거래는 여전히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로 현금 보유 성향이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일부 5만원권은 비자금 등 지하경제로 흘러갔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체 화폐발행잔액 91조2878억원 가운데 5만원권 지폐는 76.0%인 69조3784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64조3236억원)과 비교해 5조548억원(7.9%) 늘어난 수치다. 화폐발행잔액은 한은이 공급한 화폐에서 환수한 돈을 제외하고 시중에 남은 금액을 뜻한다.

2009년 6월 첫 발행된 5만원권은 2014년 11월 50조원대(50조2586억원), 작년 9월 60조원대(62조8880억원)를 각각 돌파한 데 이어 올해도 발행잔액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중에 남은 5만원권 장수는 지난달 말 기준 13억8800만장으로 전체 지폐(48억2600만장)의 28.8%를 차지했다. 지폐 열 장 중 세 장을 차지할 정도로 5만원권이 시중에 많이 풀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5만원권 환수율(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화폐량에서 다시 돌아온 화폐량의 비율)은 여전히 다른 지폐에 비해 크게 저조했다. 지난 1~5월 5만원권 환수율은 48.2%로 1만원권(110.0%), 5000원권(83.2%), 1000원권(89.6%)보다 많게는 절반 이상 낮았다. 5만원권 환수율은 2014년 25.8%, 지난해 40.1%로 매년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화폐에 비해서는 낮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시중에서 현금 보유 성향이 강해져 고액권인 5만원권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5만원권 중 일부가 비자금 용도 등으로 지하경제로 흘러들어 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