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감사위원 겸직 사례도

검찰의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의 내부감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원 1명이 18개 계열사의 감사 자리를 동시에 맡는가 하면 대표이사 등 이사진이 감사위원직을 겸직한 사례도 드러났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재무부문장인 장호주 전무는 2012년 이후 18개 롯데 계열사의 감사를 맡았다.

현재 롯데자산개발, 롯데멤버스 등 12곳의 감사를 맡고 있는 그는 한국후지필름, 롯데피에스넷 등 6개사의 감사도 맡은 바 있다.

임원 1명이 여러 계열사의 감사위원 자리를 동시에 맡는 것은 상법 위반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전무는 롯데자산개발, 롯데수원역쇼핑타운, 롯데역사 등 부동산 관련 회사들의 감사를 맡고 있고 롯데인천타운, 롯데인천개발 등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그는 2013년 호텔롯데에 인수·합병(M&A)된 제주·부여리조트의 감사도 맡고 있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 계열사간 인수합병(M&A)이나 자산거래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장 전문가 감사로 선임된 회사들은 롯데쇼핑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라며 "감사업무가 재무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재무부문장인 장호주 상무가 감사로 등재된 회사가 많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임원들은 대표이사 등 이사직을 맡고 있으면서 감사위원을 겸직했다.

박동기 호텔롯데 월드사업부 대표이사는 작년 9월부터 지난 5월까지 감사위원직을 겸했다.

감사가 자신이 감사로 있는 회사 또는 그 회사 자회사의 이사 등을 겸직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상법 411조를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호텔롯데가 감사위원회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했기 때문에 상법 위반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감사위원회가 설치된 회사의 경우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는 상법 415조가 적용되며, 박 대표 외에 다른 감사위원은 사외이사가 맡았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종현 롯데쇼핑 담당 전무가 호텔롯데 감사위원을 겸직하는 등 계열사 임원과 감사를 동시에 맡는 사례도 나타났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위법 여부를 떠나 주요 임원이 다른 여러 계열사의 감사를 맡거나 대표이사가 감사를 겸직하는 것은 감사제도의 취지를 사실상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워치독' 역할을 해야 하는 감사제도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