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법인세율을 피해 본사를 해외로 옮긴 미국 기업 상당수가 여전히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경제계의 탈영병’이라고 맹비난한 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하기는커녕 오히려 특혜를 누린 셈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미네소타 본사를 아일랜드로 이전한 의료업체 메드트로닉은 미국 상무부 무역사절단과 함께 브라질과 페루를 돌아다니며 제품 판매에 나섰다. 산업용 기계회사인 잉거솔랜드도 아일랜드로 본사를 옮긴 뒤 미국 무역사절단과 함께 터키를 찾았다. WSJ는 “일부 기업은 본사를 이전한 이후에도 미국 정부와 계약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은 높은 법인세율(35%)을 피해 영국(20%)과 아일랜드(12.5%)로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이 해외로 탈출하는 기업에 징벌적 세금을 물리고 정부와의 계약을 제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세금 회피 기업을 지원해 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매트 가드너 미국 조세경제정책연구원 이사는 “정부는 미국 본사를 지키면서 성실히 세금을 내는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