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롯데그룹은 주요 사업뿐만 아니라 자체 개혁작업에도 타격을 입게 됐다.

당장 지난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불거진 일본기업 논란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를 비롯해 신동빈 회장이 추진하던 각종 내부 개혁도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새롭게 출발하려던 롯데의 개혁이 비자금 수사를 받으면서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셈이다.

신동빈 회장은 작년 8월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對)국민 사과와 함께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당시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계열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하는 등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도록 종합적인 개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를 연내 80% 이상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도 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서도 호텔롯데를 올해 2분기까지 상장할 계획이라며 기업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

롯데 계열사들의 중소기업 등에 대한 불공정거래, 일감 몰아주기식 내부거래, 골목상권 침해 등 잘못된 관행과 기업문화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개선을 약속했다.

호텔롯데는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회사다.

그러나 일본 L투자회사 12개사가 72.65%,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 등 일본 계열사가 98%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일본기업 논란에 휘말렸다.

롯데는 기업공개를 통해 전체 호텔롯데 주식의 35%를 개인·기관투자자에 내놓을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호텔롯데의 일본계 주주 지분율은 65%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총수가 직접 국민과 국회를 대상으로 약속한 이후 롯데는 실제로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작업을 계속해왔다.

신 회장은 투명경영을 내세우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추구했고, 호텔롯데 외에도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등 주요 계열사의 상장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상장 이전 단계에서도 기업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자산 3천억원 이상의 모든 계열사에 사외이사를 두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업문화개선위원회, 사회공헌위원회를 가동해 내부 소통을 활성화하고 부정적인 대외 이미지 해소에도 나서왔다.

이러한 노력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둬왔다.

대표적으로 롯데그룹은 계열사간 순환출자고리의 80% 이상을 끊었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27일 8월 말 이후 약 두 달 동안 기존 416개의 순환출자고리 중 약 84%(349개)를 해소했다고 발표했다.

신 회장이 사재를 털어 롯데제과 주식 1만9천주를 사들임으로써 순환출자 고리 34%(140개)를 한꺼번에 끊었다.

이어 호텔롯데가 롯데쇼핑 등 3개 계열사 보유주식을 매입해 209개(50.2%) 고리를 추가로 없앴다.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이 불투명해지면서 신동빈의 개혁작업은 반쪽짜리로 전락하게 됐다.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금품 수수 의혹으로 한차례 연기된 호텔롯데 상장은 이번 검찰 수사로 철회됐다.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를 연말까지 상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찰 수사 상황 등을 고려하면 상장 시점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기업 논란과 국부유출 논란 등에서 벗어나려던 롯데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호텔롯데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다른 계열사 상장 등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확보 등 각종 개혁 과제에도 줄줄이 악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과 신 회장으로서는 호텔롯데 상장 무산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또한 신 회장 등 그룹 수뇌부까지 겨냥한 검찰 수사라는 위기 상황에서 롯데가 추진하던 기업문화 개선과 사회공헌도 계획대로 이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 개혁의 핵심이자 상징이었던 호텔롯데 상장이 미뤄져 안타깝다"며 "다른 내부 개혁작업도 차질은 불가피하겠지만 중단하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