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부(國富)가 1경2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총생산(GDP)의 7.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가구당 순자산은 3억6000만원으로 일본의 90%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지만 70% 이상이 토지 건물 등 부동산에 묶여 있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부 87%가 부동산…"경제활력 떨어진다"
○ ‘땅값’에 기댄 國富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015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국가 전체의 부를 나타내는 국민순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경2359조5000억원으로 추계됐다. 전년(1경1692조4000억원)보다 5.7% 증가했다.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가 1년간 생산한 부가가치의 합인 GDP의 7.9배에 달하는 규모다. GDP 대비 국내 국민순자산 배율은 2011~2013년 7.7배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7.9배로 늘었다. 조태형 한은 국민계정팀장은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돼 순금융자산이 증가한 것이 국부를 늘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국민순자산을 받치고 있는 건 ‘땅값’이었다. 토지자산(6574조7000억원)이 국민순자산의 53.2%를 차지했다. 지하자원(20조원), 입목자산(23조원), 건설자산(4166조4000억원) 등을 더하면 부동산 관련 자산은 1경784조1000억원으로 약 87%에 달했다. 순금융자산은 233조원으로 전체의 1.8%에 그쳤다.

토지자산은 전년보다 5.9% 증가했다. 비금융자산에서 토지자산이 차지하는 비중(54.2%)도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조 팀장은 “혁신도시와 세종시, 제주도 개발 때문에 2014년 이후 토지자산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은 전체 토지자산의 27.1%(1658조3000억원)를 차지했다. 2014년 기준 시·도별 토지자산 증가율은 제주도가 21.5%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대구(13.1%), 세종(12.5%), 울산(12.4%) 등의 순이었다.

○기업 자본투자 하락세 지속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가구당(2.55명 기준) 순자산은 3억6152만원으로 추산됐다. 각국의 물가 등을 고려한 구매력평가환율 기준으로는 40만5000달러를 기록했다. 미국(61만6000달러)의 66%, 일본(46만6000달러)의 87% 수준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 중 비금융자산 비중은 75.6%로 2011년(79.2%)보다 낮아졌다. 여전히 미국(34.9%), 일본(44.3%), 영국(57.4%) 등 선진국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가계 자산 중 대부분이 부동산 자산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 중 부동산 자산은 73.9%를 차지했다.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를 나타내는 자본서비스물량 증가율은 지난해 기준 3.6%로 둔화세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에 4.0%,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3.7%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가의 경제성장은 노동투입과 자본투입, 생산성 등 세 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한국은 생산가능인구와 자본서비스물량 모두 하락세를 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