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중단시 생산 차질·수주 취소 등으로 경영 악화 불가피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의 파업 찬반투표가 14일 가결되자, 채권단은 "실제 파업에 돌입하지 않도록 회사와 계속 협의할 것"이라면서도 "파업을 실행에 옮긴다면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대우조선 채권단은 이미 회사를 통해 노조 측에 파업에 돌입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견과 함께 파업을 한다면 지금까지 진행해 온 정상화 작업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해 둔 상태다.

그러나 대우조선 노조는 13일과 14일 이틀간 진행된 파업 찬반 투표를 85%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채권단은 지난해 10월 대우조선에 4조2천억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조로부터 쟁의행위를 일절 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은 바 있다.

만약 찬반투표가 통과되고, 노조가 실제로 파업을 실행에 옮긴다면 채권단 지원의 조건이 깨지게 된다.

현재 채권단이 지원하기로 한 4조2천억원 가운데 1조원가량이 미집행된 상태다.

채권단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면 이 금액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채권단의 지원이 중단되면 회사의 경영 상황이 더 악화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지난해 지원 규모를 결정할 때의 전망보다 수주가 더 줄어든 상황이라, 대우조선은 이달 초 3조5천억원에 달하는 추가 자구안을 확정하고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대우조선이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만큼 지원이 중단돼도 당장 유동성 위기가 오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이로 인해 수주해 둔 선박의 납기가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저유가의 여파로 해양플랜트 등의 인도를 꺼리는 해외 발주사들에 '트집'을 잡을 거리가 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업을 계기 삼아 발주처에서 선박 계약 자체를 무효로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회사 경영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전했다.

이렇게 경영 정상화가 더 요원해진다면 차후에 노조가 파업을 종료하더라도 채권단에서 지원을 재개할 명분도 약해진다.

노조의 입장에서도 특수선 사업부의 분할 등 추가 자구계획에 반발해 파업에 나서더라도 결국 자구안 규모를 키우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원이 중단되면 그만큼 돈이 비기 때문에 다른 방안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면 자구계획 규모가 더 커져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채권단은 실제로 대우조선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이번에 대우조선 노조가 진행한 찬반투표는 향후 벌어질 일에 대비해 '파업까지도 가능한' 조건을 만드는 성격이 강하다.

노조 역시 이날 찬반투표 종료 후 "쟁의행위가 가결됐다고 해서 바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회사와 채권단이 노조가 제안한 3자 협의체계를 구성한다면 파국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특수선 사업부의 분할 등을 포함해 향후 구조조정 상황에 대해 노조와 계속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실제로 파업까지 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사측이 노조와 계속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박초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