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친환경 '수소차' 전쟁…뛰는 일본, 기는 한국
[ 김정훈 기자 ] "2018년 신형 수소전기차, 2020년 반값 수소차 내놓겠다" (현대차)
"2020년 일본내 수소차 4만대 보급한다" (도요타)

수도권 대기질이 나빠지면서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전기차가 공급받는 전기의 상당량이 화력발전으로 생산되는 만큼, 차량내 연료전지에서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일으켜 모터를 구동해서 달리는 수소차가 훨씬 더 친환경차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충전 인프라가 구축되고 차값이 낮아지면 충전 시간이 짧고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긴 수소차가 전기차를 대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자동차, 일본 도요타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2020년을 분기점으로 수소차 보급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성능을 개선한 양산형 수소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GM(제너럴모터스)은 수소차 개발을 위해 혼다자동차와 협업하고 있으며, 포드는 수소차 파트너로 닛산을 택했다. BMW는 도요타와 손잡고 수소차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수소차 개발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반은 전세계 수소차 보급대수가 지난해 2500대에서 2020년 5만8000여대, 2022년 10만6000여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소차가 2030년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1.8%(240만대), 2050년에는 17.7%(3530만대)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자동차의 투싼 수소전기차.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의 투싼 수소전기차. (사진=현대차)
◆ 수소차 걸음마 단계…업계 "2020년 수소차 분기점" 전망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도요타, 혼다 등에 이어 2017년에는 닛산과 메르세데스벤츠 제조사인 다임러도 양산형 수소차를 출시하고 시장 경쟁에 뛰어든다.

닛산은 내년에 일본내 수소차를 출시하고 판매를 시작한다. 현대차(투싼)와 도요타(미라이), 혼다(클라리티) 등에 이어 네 번째다. 최근 벤츠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GLC 기반의 수소차를 내년에 공개한다고 밝히고 2018년 출시를 준비중이다.

수소차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벤츠, BMW 같은 유럽차 업체들은 그동안 원가 부담, 충전소 문제 등을 이유로 양산차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 정부가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어서 양산형 수소차 출시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2013년 선보인 투싼 수소차보다 성능과 주행거리를 개선한 차세대 수소차 준비에 들어갔다. 권문식 현대차 부회장은 6월초 부산모터쇼에서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에 1회 충전으로 800㎞ 달리는 신형 수소차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20년에 수소차 모델 수를 2개로 늘리고 가격도 지금(8000만원대)보다 절반 가량 낮춘 '반값 수소차'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정부 보조금 외에 지자체 차원의 구매 보조금을 도입해 수소차 가격 인하도 유도할 방침이다.

수소차 보급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현재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완성차 3사가 정부 및 에너지회사와 함께 충전소 운영비를 일부 부담하는 방식으로 충전소 확대 사업에 공동으로 나서고 있다. 도요타가 현대차보다 1년 늦게 양산형 수소차를 내놨지만 일반 보급 속도는 현대차를 추월했다.

도요타 관계자는 "올해는 미라이 2000대, 내년에는 3000대를 보급할 계획"이라며 "일본은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업체 간 협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MW 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구동시스템 장면. (사진=BMW코리아 제공)
BMW 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구동시스템 장면. (사진=BMW코리아 제공)
◆ 차값 인하 및 충전인프라 필요

우리나라는 6월 초 정부의 합동발표(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를 통해 수소차 보급 물량을 현재 600여대에서 2020년까지 1만대로 늘리고 충전소는 100곳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충전소 확충 문제와 관련해선 설치 보조금 및 운영비 지원 등의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제안했다.

현대차는 수소차를 양산 단계까지 구축함에 따라 향후 정부의 투자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세제 지원과 인프라 확충이 수소차 국내 보급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으로 판단해서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일본내 수소차 4만대를 보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수소충전소는 일본 전역에 77곳이 운영되지만 오는 2030년에는 900개소로 늘릴 예정이다. 실제로 도쿄 인근 수도권에서 35곳의 충전소가 마련돼 일반 직장인이 미라이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는 10여곳 뿐으로 투싼 수소차는 정부·지자체·공공기관 차량으로 이용되는데 그치고 있다. 1개당 30억원 가량 드는 비용 문제로 빠른 시일내 충전소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 결국 일본과 같이 정부와 완성차, 에너지회사 등이 협업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합리적이다.

업계 일각에선 정부의 수소차 보급계획이 방향은 잡았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판단,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봉재 한국수소산업협회 수소충전소위원장은 "수소차 보급에 필수적인 충전인프라 구축은 기간산업의 역할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수소차시장 진입단계에서 충전인프라 구축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게 타당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역할 분담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한국미래자동차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이 수소차보다 먼저 시행됐는데 앞으로 수소차 위주의 정부 정책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면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등 다양한 친환경차가 공존하도록 세제 비중을 맞추는 정부 시책이 나와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