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오른쪽부터)과 정기선 선박·해양영업부문 총괄부문장, 조지 리바노스 선엔터프라이즈 회장, 리바노스 회장의 부인과 그의 아들이 13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오른쪽부터)과 정기선 선박·해양영업부문 총괄부문장, 조지 리바노스 선엔터프라이즈 회장, 리바노스 회장의 부인과 그의 아들이 13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의 첫 고객인 조지 리바노스 선엔터프라이즈 회장이 13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를 찾았다. 이날 열린 15만9000t급 원유운반선 두 척의 명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리바노스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조선업에 진출하겠다고 마음먹고 첫 선박 수주를 따냈을 당시 계약 당사자다. 정 명예회장의 손자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부문 총괄부문장(전무)이 리바노스 회장의 영접을 맡았다. 조선업계에서는 “3대에 걸친 인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리바노스 회장과 현대중공업의 인연은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유조선 설계도면과 조선소가 지어질 울산 미포만 백사장 사진 한 장, 이 지역 5만분의 1 지도 한 장만 들고 리바노스 회장을 찾았다. 조선소 기공식도 열리기 전 일이다. 다른 선주들은 손을 내저었지만, 리바노스 회장만이 “조선소를 건설하는 동시에 선박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정 명예회장의 약속을 믿고 유조선 두 척을 주문했다.

이 수주 계약을 시작으로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소가 됐다. 정기선 전무도 “창업자를 향한 리바노스 회장의 믿음이 오늘날의 현대중공업을 만들었다”며 “글로벌 경기침체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고의 선박으로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리바노스 회장과 함께 오찬을 하면서 정 명예회장에 대한 추억을 공유했다. 리바노스 회장은 오찬 자리에서 “40여년 전 ‘반드시 좋은 배를 만들겠다’고 말하던 정 명예회장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한다”며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는 몇 년 뒤 최고의 선박으로 약속을 지켰다”고 회상했다.

선엔터프라이즈는 1971년 이후 총 15척의 유조선을 주문했다. 리바노스 회장은 총 여덟 번의 명명식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현대중공업에 애정을 보였다. 이날 두 척의 선박은 각각 리바노스 회장의 고향과 딸의 이름을 따 ‘키오스’ ‘크리스티나’로 명명됐다. 다음달 최종 인도될 예정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