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번 주 8개사 공동명의로 비자에 항의서한
수수료 인상 취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세계 1위 카드사인 비자(VISA)카드가 국내 카드 소비자의 해외이용 수수료 등을 올리기로 한 것에 대해 국내 8개 전업계 카드사가 공동명의로 항의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13일 카드업계와 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KB국민과 롯데, 비씨,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등 8개 카드사는 비자카드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통보에 항의하는 내용의 정식 서한을 보내기로 하고, 현재 서한을 작성하고 있다.

항의서한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자카드에 보낼 계획이다.

서한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3개국 중 한국만 수수료를 올리기로 한 것과 그로 인해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것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비자카드는 지난달 국내 카드사를 대상으로 크게 6개 항목의 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수수료를 올린 대표적인 항목은 국내 소비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해외결제 수수료다.

비자카드는 현재 1.0%인 수수료율을 1.1%로 0.1%포인트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예를 들어 지금은 비자카드로 해외 가맹점에서 1천 달러어치 물건을 사면 1.0%인 10달러를 수수료로 비자카드에 내야 한다.

그러나 수수료율이 1.1%로 오르면 소비자가 비자카드에 내야 하는 수수료는 11달러로 10% 늘어나는 것이다.

비자카드는 또 해외 분담금과 각종 데이터 프로세싱 수수료, 해외 매입수수료 등 카드사가 비자카드에 내야 하는 수수료율도 올리기로 해 카드사들의 부담도 커진다.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가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통보하면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 지금의 시스템에도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

현재 카드사들이 비자카드와 맺은 계약서를 보면 비자카드가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하는 수수료 표에 맞춰 수수료를 지급하게 돼 있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이 같은 공동 대응으로 비자카드가 수수료 인상을 철회할지는 미지수다.

비자카드는 2009년에도 한국에 대해서만 해외이용수수료를 1.0%에서 1.2%로 인상하려고 했다.

그러자 비자카드에 대한 여론이 나빠졌고, 카드사들도 비자카드 발급을 중단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강경하게 나가자 국내카드 시장점유율 하락을 우려해 수수료율 인상을 취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카드사들이 당시와 같은 강경한 대응을 하지 않은 채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또 비자카드가 지난해 옛 자회사인 비자 유럽을 약 27조원에 다시 사면서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도 수수료 인상을 철회하기 어려운 요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비자카드가 세계 1위의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리려 한다"며 "항의서한을 보내는 것 외에도 공동 대응할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