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요 교역국의 수입규제 강화 등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세계 통상환경 변화 관련 정책보고서를 작성하고 있고, 통상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직접 미국으로 가서 현지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을 만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의 고위 관계자는 12일 "미국이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수입규제 수위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유럽연합(EU), 중국 등도 통상 압력을 높여가는 분위기"라며 "이와 관련해 우리는 산업별 대처는 물론 정책 대응 방안 마련, 대외 채널 가동 등 다양한 대책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해 최근 외부 기관에 통상환경 변화와 대응책을 담을 용역 보고서 작성을 의뢰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 속속 출범하는 와중에 선진국 간 통상 전쟁이 펼쳐지는 상황을 진단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처럼 집권 정부가 바뀔 경우 통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각국이 TPP를 비준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등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담을 예정이다.

특히 미국 통상에 대한 대응 방안은 별도 챕터를 만들어 집중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이같은 분석을 통해 장·단기 통상 대책을 마련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보고서는 두세 달 이후 나올 예정이다.

산업부는 또 주형환 장관이 올해 하반기에 직접 미국을 방문해 한·미 FTA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 등을 설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각종 FTA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TPP를 반대하는 등 미국 정치권에 반자유무역주의 정서가 짙어지고 있어 정부가 직접 한·미 FTA를 둘러싼 여러 오해를 풀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가 283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서비스수지는 미국 흑자가 훨씬 크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FTA 발효 이후 미국 국민의 후생이 나아졌고 물품 수입으로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미국도 여러 혜택을 입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논리다.

주형환 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되든 반자유무역 정서가 드러날 것"이라며 "한·미 FTA와 관련해서는 그간 우리 측 상품 흑자는 늘었지만 서비스 수지는 미국 흑자가 더 큰 점 등에 대해 미국 기업과의 면담 등을 통해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트럼프 측이 제기하는 FTA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미국 행정부는 오는 29일 1984년 이후 미국이 맺은 20여개 FTA에 대한 무역영향 보고서를 공개한다.

이 보고서는 FTA가 미국 내 생산, 분배, 일자리 등에 미친 영향을 담을 예정이며 한·미 FTA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보고서 공개는 미국 의회가 지난해 통과시킨 무역협상촉진권한(TPA) 부여 법안에 따라 이뤄진다.

TPA 부여 법안은 발효 1년 뒤인 올해 29일과 5년 뒤인 2020년 6월 29일까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FTA 무역영향 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보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철강 등 미국의 산업별 수입규제와 관련해서도 우리 기업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물밑 지원을 할 방침이다.

주 장관은 최근 미국 상무부가 국산 내부식성 철강제품(도금판재류)에 최대 48%의 관세를 매긴 점에 대해 "미국 ITC의 본심 판결로 가는 과정인데 아직 소명할 기회가 있다"며 "미국 상무부 장관이든 누구든 단계별로 상황에 맞게 우리측 입장을 전달하는 등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