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롯데 비자금 수사] 위기의 신동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은 2011년 회장에 취임한 뒤 줄곧 ‘글로벌 경영’을 강조해왔다. 중국과 동남아 유통 사업을 강화하고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인 팰리스호텔을 인수했다. 작년 7월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터진 후엔 ‘투명 경영’을 최고 가치로 내세웠다.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 기업공개(IPO)를 통해 일본 주주들의 영향력을 줄이려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롯데그룹은 미국 화학회사 액시올 인수계획을 철회했다. 호텔롯데 상장도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 회장이 강조해온 ‘글로벌 경영’과 ‘투명 경영’ 근간이 다 흔들리는 것이다. 신 회장이 벼랑 끝에 몰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0일 2조원 이상을 들여 추진하던 액시올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액시올은 롯데케미칼이 2018년까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2조9000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에탄가스 분해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10%를 투자한 파트너다. 신 회장은 14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리는 기공식에 참석해 티머시 만 주니어 액시올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3조원에 가까운 에탄가스 분해공장 건설도 안갯속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롯데 비자금 수사] 위기의 신동빈
경영권 분쟁의 향방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그동안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과반수가 신 회장을 지지해왔지만 이번 검찰 수사가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신 전 부회장은 이달 말 일본 도쿄에서 열릴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 등 롯데홀딩스 현 이사진 7명을 해임하는 안건을 상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의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 의결권 기준 31.1%)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긴급 협의를 정기주총 전에 열자고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종업원지주회가 태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응해 신 회장은 14일 루이지애나주 롯데케미칼 에탄가스 분해 공장 기공식 참석 후 귀국하지 않고 일본에서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을 마친 뒤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다. 검찰 수사 중이지만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롯데 관계자는 “검찰 수사 이후에도 종업원지주회를 비롯해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가 동요하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송종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