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기업의 과잉 부채 문제를 겨냥해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놨다. 기업 부채 문제를 하루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중국이 금융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IMF가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까지 직접 거론하면서 중국 정부의 신속한 정책 대응을 촉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중국 경제에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은 터였다. 그만큼 중국 기업의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기업부채 심각"…IMF, 중국에 금융위기 경고
○립턴 부총재 “갈수록 악화”

중국 정부에 경고탄을 쏜 건 데이비드 립턴 IMF 수석부총재였다. 지난 11일 중국 남부 선전에서 차이나이코노믹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였다.

그는 “중국의 급증하는 기업 부채는 여전히 심각하며,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이 금융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정부가 하루빨리 기업 부채 문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와의 연례 정책협의를 앞두고 쏟아낸 발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총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59%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기업 부채 규모는 사정이 다르다. 중국은 GDP 대비 166%로 미국(71%) 일본(102%) 독일(55%)보다 훨씬 높다.

립턴 부총재는 국유 기업들이 중국 기업 부채 문제의 핵심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전체 기업 부채에서 국유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5%나 된다”며 중국 정부가 기업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유 기업 개혁도 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를 비롯한 IMF 고위 관계자들은 중국의 급격한 성장률 둔화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증폭될 때마다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중국의 경제 성장세 둔화는 경제 구조개혁 과정에서 수반되는 일시적 진통일 뿐”이라며 “경제 구조개혁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낙관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랬던 IMF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올 1분기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으로 급격한 부채팽창을 용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올 들어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주된 이유도 급격한 부채팽창 문제였다.

○부실채권 비율 치솟을 수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기업의 과도한 부채가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과 맞물려 금융시장 전반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올 들어 중국 회사채시장에서는 작년(21건)보다 많은 총 26건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했다. 은행들의 전체 대출자산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1.0%에서 작년 1.7%로 높아졌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은 중국 실물경기가 경착륙에 빠지면 중국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20%까지 치솟아 처리자금으로 5조위안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심각성을 인지하고 은행이 보유한 기업 부채의 출자전환 허용, 자산 유동화를 통한 부실채권 매각, 부실기업과 우량 기업 간 합병 유도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의 부실채권을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전환하면 은행들은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기자본을 더 늘려야 해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