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활용해 식기 만든 광주요
12일 경기 이천에 있는 광주요 디자인연구소에서는 연구원들이 다양한 전통 문양을 정밀 스캐너를 통해 디지털 패턴으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얼마 전 광주요는 삼베의 질감을 표현한 식기 ‘한결(한국의 결)’ 시리즈를 선보였다.

원래 한결은 30년 이상 된 도예 장인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소량 생산하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그릇은 예쁘지만 하나에 10만원 넘는 가격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자 프리미엄 제품 가격을 낮춰 대중화하기로 했다.

김대용 광주요 디자인연구소장(사진)은 “삼베 문양 그릇을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첨단 디지털 기법을 도입해 공정을 바꿔야 했다”며 “삼베 문양을 레이저 스캐너로 뜬 다음 그래픽으로 모형을 잡고 3D 프린터로 원형을 제작해 그릇의 거푸집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국가과제로 선정돼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한국세라믹기술원과 함께 연구개발했다.

한결 도자기는 삼베문양을 음양각으로 표현한 표면과 은은한 색상이 특징이다. 김 소장은 “식기에 어떤 음식을 담더라도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매력이 있어 임정식(레스토랑 정식당), 최현석(엘본더테이블) 등 유명 셰프들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요는 한결의 판매량이 증가하자 눈 내린 풍경을 그려 넣은 ‘설후’ 등 다양한 후속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김 소장은 중앙대와 동경예술대에서 도예를 전공한 뒤 도예가로 활동하다가 2014년 광주요 디자인연구소장으로 합류했다. 요즘 광주요 연구소는 ‘갤러리’로 변신하고 있다. 신진 도예작가가 다양한 도자기를 디자인하면 이를 생산해 매장에서 판매하도록 돕는다. 김 소장은 “앞으로 광주요가 국내 작가들의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자기의 원료인 흙이 좋기로 소문난 네팔 등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네팔에서 활동하는 재야 공예가와 접촉해 이들의 솜씨를 광주요 제품에 접목하고 좋은 흙을 들여온다는 구상이다. 우리의 전통자기 기법은 해외에 전수할 계획이다. 김 소장은 “전통 방식으로 빚는 도자기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보온성 등 품질이 우수하고 모양도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천=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