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해외 자회사 해외 동시 상장 첫 사례"
확보한 자금은 M&A 등 전략적 투자 계획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이 일본과 미국 증시에 동시 상장한다.

라인이 모바일 메신저 사업을 본격 시작한지 5년 만이자 해외 상장을 추진한지 2년 만의 성과다.

한국에 뿌리를 둔 인터넷 회사의 자회사가 외국에서 독자적인 서비스로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라인은 2000년 네이버재팬으로 출발한 네이버의 100% 자회사다.

라인은 다음 달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증시에서 상장한다고 10일 한국거래소와 도쿄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라인은 공시에서 "신주 발행 방식으로 3천50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라며 "일본 투자자 대상으로 1천300만주, 일본 외 해외 투자자 대상으로 2천200만주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상장 예정가가 주당 2천800엔이기 때문에 전체 공모액은 1조700억원 정도다.

발행 주식 수는 수요 예측 후 확정된다.

라인은 "라인 직원의 복리후생을 목적으로 일본 내 공모 주식 중 최대 65만주를 종업원 지주회에 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현재 라인 주식 1억7천499만주(지분율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3천500만주를 새로 발행하면 상장 후 네이버의 라인 지분율은 83%가량으로 떨어지게 된다.

라인은 오는 11일부터 상장을 위한 투자 설명회(마케팅 로드쇼)를 열고, 28일부터 수요 예측에 돌입한다.

다음 달 11일 공모가를 결정한 뒤 12∼13일 공모주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상장 예정일은 현지 시간으로 뉴욕이 7월 14일, 도쿄가 7월 15일이다.

라인 관계자는 "라인은 네이버와 별개로 사업을 수행해 성장한 해외 자회사"라며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를 성장시켜 글로벌 증시 두 곳에 동시 상장하는 것은 최초"라고 강조했다.

라인은 상장에 이르기까지 상당 기간 우여곡절을 겪었다.

앞서 라인은 지난 2014년 7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때 대주주에게 1주당 10배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 의결권을 주장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정보기술(IT) 회사들의 상장 추이, 해외 증시 분위기 등을 지켜보며 상장 시기를 저울질해온 라인은 작년 하반기부터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는 등 구체적인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황인준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라인 CFO로 자리를 옮겨 상장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이번 상장으로 라인은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6천억엔(약 6조5천억원) 남짓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일본 증시에 상장한 회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특히 2011년 12월 일본에서 상장한 온라인 게임회사 넥슨의 당시 시총 5천500억엔을 웃도는 금액이기도 하다.

다만, 라인의 가치를 최소 1조엔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해온 증권업계 기대에는 못 미친다.

넥슨의 상장 당시 시총도 원·엔 환율이 높아 한화로는 8조2천억원에 달했다.

라인은 일본,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서 '국민 메신저'로 불린다.

최근 실질적인 이용자(MAU)가 2억2천만명에 이르렀다.

작년 2분기 이후 이용자 증가세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라인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기존 시장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북미 등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등 재도약을 꾀할 방침이다.

라인은 공시에서 1천310억원을 시설자금으로, 2천70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1천720억원을 다른 법인 증권 취득 자금으로, 4천850억원을 기타 자금으로 각각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인 관계자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일본과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 등 전략적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