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업계 경쟁 심화 우려…"보완대책과 추가 논의 필요"
"지나치게 급격한 규제 완화…현행 유지해야" 등 반론도

재계팀 = 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완화하기로 한 것에 대해 경제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투자가 활성화되고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조치로 규제에서 벗어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경쟁하게 되면서 중소기업계는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정부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총액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경제 상황 변화 등을 고려해 3년 주기로 기준을 재검토하기로 한 조치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이 같은 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또 송원근 경제본부장 이름으로 낸 입장자료에서 "진일보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와 '공시의무 규제'를 현행 5조원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과 대기업집단 지정 대상에서 공기업집단만을 제외하기로 한 것은 이번 규제 완화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대기업집단 지정 규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제도"라면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는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단체의 관계자 역시 "기본적으로 대기업집단 지정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이고 규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는 방향성은 맞는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 자산총액 5조원의 기준을 10조원으로 늘린다고 해도 언젠가는 다시 불거질 문제이기 때문에 기준 상향만으로는 근원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대기업 규제 완화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경쟁 심화로 다가올 수 있어 중소기업의 우려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로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벗어나는 한 그룹의 관계자는 "당연히 규제 완화가 수반될 것으로 보여 전반적인 경영활동 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내부거래 규제라든지 상생 이슈라든지 지켜야 할 것들은 여전히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완화는 사실 때늦은 감이 있다"면서 "경제 활성화가 국가적 과제인 현시점에서 이번 기준 완화는 큰 방향에서 옳다고 할 수 있어 늦었지만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로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되는 기업은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출자 규제 등에서 벗어나므로 투자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경기 때문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측면도 있어 전체 투자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30대 기업을 규제하던 것과 비슷하게 30개 내외의 기업에 대해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적정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들도 있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기업집단의 지정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기 때문에 그 자체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2배로 올리는 것은 너무 과격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기준을 2배로 올리면서 규제 대상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지나치게 급격하다"며 "대기업집단 지정은 경제 집중도에 대한 감시,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도 연동돼 있는데 과격한 변화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규제의 기준을 5조원과 10조원으로 복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정 기준 조정은 공정거래법의 본질적인 내용인 만큼 시행령 개정으로 처리할 게 아니라 국회에서 논의해 법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다른 법률에서도 일률적으로 기준을 10조원으로 하도록 할 게 아니라 규제의 목적이나 산업 특성 등에 따라 기준을 차등화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겠지만 (현행대로) 5조원이 아니어야 할 이유를 제시하기는 어렵다"며 "그렇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