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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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선일금고제작 창업주 고(故) 김용호 회장은 중고 금고 판매점에 취업했다. 당시 국내에는 금고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없었다. 외국산 중고제품이 전부였다. 김 창업주는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금고를 해외 기술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수십 번 면접을 보고 금고회사 말단 수리공으로 들어갔다. 이후 독일 금고제작회사를 거쳐 10년 뒤 귀국해 선일금고제작을 설립했다. 1976년 국내 최초로 미국 수출 계약을 따냈고 그해 총 12만3710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수출액은 1250만달러(약 142억원)를 넘겼다.

◆틈새시장 뚫어 540억원 수출

국내 금고업체 톱3, 보안 뚫리면 죽는다·세계 뚫어야 산다
금고 시장은 그간 주목받지 못했다. 내수시장에서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데다 수출하기에는 중량이 너무 커 운송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고업체들은 자신만의 강점으로 답을 찾았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과의 융합을 시도하고 해외 업체보다 높은 품질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금고 수출 규모는 4810만달러(약 544억원)에 이른다. 2011년 이후 12% 성장했다. 국내 전체 수출이 정체된 상황에서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금고회사는 내수시장이 좁아 수출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전형적인 수출형 기업”이라며 “틈새시장을 뚫어 작지만 기술력이 강한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공인기관 없어 해외에서 인증

김영숙 선일금고제작 대표가 터치스크린 탑재 금고 ‘루셀’의 특징 을 설명하고 있다. 선일금고 제공
김영숙 선일금고제작 대표가 터치스크린 탑재 금고 ‘루셀’의 특징 을 설명하고 있다. 선일금고 제공
금고업체들은 품질에 승부를 걸고 있다. 금고업체 디프로매트 장만영 대표는 해외 진출을 목표로 1982년 회사를 설립했다. 사명도 외교관이란 뜻의 ‘diplomat’에서 따왔다. 해외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인 품질인증서가 필요했다. 국내엔 인증 체계가 없어 스웨덴으로 갔다. 당시 금고 내구성 평가 인증은 국제적으로 스웨덴이 가장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장 대표는 현지 내화시험연구소에서 시험을 받았다.

이후 국내에서도 관련 인증 체계가 마련돼 1984년 국내 최초로 KS인증을 받았다. 1998년 러시아, 2001년 미국의 내화시험에 합격했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인증을 받았다. 디프로매트 제품은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금고 내부 온도를 150도 이하로 2시간 이상 유지한다.

디프로매트는 2007년 ‘1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지난해 매출 210억원 가운데 65% 선인 136억원이 해외 매출이다.

◆신기술 융합·사업 다각화 시도

신기술과의 융합으로 기존에 없던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선일금고제작은 지난달 SK텔레콤과 협업해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스마트 루셀’을 내놨다.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금고가 자동으로 보안업체와 금고주에게 알려준다. 금고문 열림, 금고 충격, 외부인 접근 등을 모두 감지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첨단 터치 버튼 장착 금고 ‘루셀’도 개발했다. 이 같은 혁신 덕분에 김영숙 선일금고제작 대표는 2006년 철탑산업훈장을 받았고 회사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등에 선정됐다. 지난해 매출 340억원, 수출 142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다각화도 시도하고 있다. 금고제작업체 신진금고는 원자력발전소 등에 필요한 특수 내화문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아시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50억원)의 대부분을 인도네시아 베트남 몽골 등에서 올렸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