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내리면서 시중은행의 예금과 대출 금리 인하도 불가피해졌다. 현재 연 1.3% 수준인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0% 아래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식) 금리는 연 2%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
[기준금리 전격 인하] 예금 금리 0%대 시대로…주택대출은 연 2%대 중반
통상 대출 금리가 먼저 내리고, 예금 금리가 시차를 두고 조금 늦게 인하되지만, 이번에는 둘 다 곧바로 내릴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조선 해운 등의 업종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들이 예대마진 축소를 감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변동금리 대출이 기준이 되는 국고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코픽스 등이 바뀌는 즉시 대출 금리를 인하할 예정이다. 그 폭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폭인 0.25%포인트 내외가 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는 소비자들의 인하 요구가 빗발치기 때문에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없다”며 “곧바로 내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예금 금리 역시 빠르게 인하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수신 경쟁 때문에 눈치 보기를 하며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기도 했지만, 이번엔 이르면 10일부터 인하에 들어가는 은행도 나올 전망이다. 인하폭은 0.05%포인트에서 많게는 0.3%포인트에 이를 수 있다.

이날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채권값 상승)하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3%포인트 하락한 연 1.345%에 마감했다. 전날 기록한 사상 최저치(연 1.378%)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외국인은 이날 선물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선물 1만122계약(1조122억원어치)을 사들이며 금리 하락을 이끌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7%포인트 떨어진 연 1.66%,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044%포인트 내린 연 1.425%에 거래를 마쳤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4월20일(연 1.474%) 이후 지난달 30일을 제외하고 한 달 넘게 연 1.5%를 밑돌았다. ‘한은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선반영돼 있었다는 의미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이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정부와 정책 공조를 위해 당초 시장 예상(하반기)보다 빠르게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욱진/하헌형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