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떠나 '독일 U턴'한 아디다스
세계 2위 스포츠용품회사 아디다스가 인건비가 치솟는 중국 대신 본사가 있는 독일에서 다시 운동화 생산 공장을 가동하기로 했다.

로봇이 대부분의 생산 공정을 담당하기 때문에 독일의 인건비가 다소 높아도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신발 생산체제를 갖추기 위한 목적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디다스가 30여년 만에 독일 바이에른주 안스바흐 지역에 로봇 생산시스템 위주의 ‘스피드 공장’을 지어 6개월 시험가동을 마쳤으며, 미국에도 비슷한 종류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9일 보도했다.

한 해 3억100만켤레를 생산하는 아디다스는 앞으로 3~5년 사이에 이 두 시설에서 연간 100만켤레의 운동화를 만들 계획이다. 지금 당장 중국 등의 공장을 폐쇄하고 로봇 생산공장으로 이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로봇생산 위주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로봇공장에서는 생산단가를 낮추면서 맞춤형 제품을 생산할 여지가 크다. 안스바흐의 스피드 공장에는 직원이 160명밖에 없으며, 직원 수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스피드 공장의 로봇 여러 대를 거쳐 한 켤레가 생산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다섯 시간에 불과하다. 사람의 손으로 수백 개 조각을 이어붙이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사람이 작업하면 신상품 출시에 평균 18개월이 걸린다. 공정을 바꾸고 교육도 다시 해야 한다. 시장 트렌드에 발맞추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로봇은 매번 주문이 바뀌어도 그럴 필요가 없다. 헤르베르트 하이너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가 주문을 넣은 다음날 로봇이 생산한 맞춤형 제품을 받아보는 날이 코앞에 다가왔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략컨설팅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25년까지 상당수 산업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체해 생산성을 30% 높이고, 인건비를 18%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6.5%로 경쟁회사 나이키(13.9%) 등보다 훨씬 떨어지는 아디다스로선 로봇을 활용한 인건비 절감 계획이 절실하다.

신발 생산지를 독일로 단일화하면 공급망을 단순화해 물류·보관비를 아끼는 효과가 있고, 유럽의 주요 판매처와 가까워 배송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 등에서의 인건비 상승도 이 같은 변화를 촉진했다. 중국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10년 전 2만1000위안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6만2000위안으로 세 배가량으로 뛰어올랐다.

그동안 검토만 하던 나이키, 언더아머 등도 로봇 생산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디다스는 자신들이 경쟁사보다 2년 이상 앞섰다고 자평했다. 데이비드 바이너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는 “제조 과정을 누가 먼저 혁명적으로 바꾸느냐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