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관계 부처 장관들이 8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로 걸어가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유 부총리,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둘째줄 왼쪽부터 임종룡 금융위원장,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관계 부처 장관들이 8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로 걸어가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유 부총리,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둘째줄 왼쪽부터 임종룡 금융위원장,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산업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사령탑)가 금융위원장에서 경제부총리로 격상됐다. 정부는 8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해 작년 11월부터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이끌어왔던 차관급 구조조정협의체를 대체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안이 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을 넘어 산업차원의 구조개편과 미래비전 제시를 위해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이뤄진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부처 간 이견 및 갈등, 산업경쟁력 강화에 대한 밑그림 없는 근시안적 구조조정, 청와대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회)의 밀실 의사결정 등에 대한 여론 비판이 비등해지자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가 많다.
뒤늦게 출범한 '유일호·임종룡·주형환 삼각편대'…"정치권 눈치보다 날 샐 수도"
○‘공개 서별관회의’ 신설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는 이날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앞으로 ‘2년 한시 공식 회의체’로 존속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은 물론 산업 구조개편, 실업 등 보완 대책을 총괄한다. 유 부총리가 ‘조타수’를 맡고 임 위원장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상임위원으로 참여한다. 청와대에선 강석훈 경제수석이 고정 멤버로 회의 때마다 참석한다. 관련 안건이 있을 경우 관계부처 장관 및 기관장(금융감독원장 등)도 부른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선 “정권 임기 말까지 구조조정에 관한 한 관계장관회의가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대체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그동안 서별관회의가 밀실에서 불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해온 데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관계장관회의가 ‘공개 서별관회의’ 역할을 할 것이란 평가도 있다.

관계장관회의는 유 부총리 밑에 기업구조조정, 산업구조조정, 경쟁력강화지원 등 3개 분과를 두고 운영된다. 임 위원장이 기업구조조정 분과장을 맡아 지금까지 해온 금융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주형환 장관은 산업구조조정 분과장을 맡아 사업재편 지원과 중장기 산업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마련한다. 유 부총리를 중심으로 임종룡-주형환의 ‘3각 편대’ 체제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다.

○컨트롤타워 강화 ‘엇갈린 평가’

정부가 뒤늦게 부총리 주도의 컨트롤타워를 신설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뒤늦게라도 컨트롤타워가 정립된 것은 다행”이라며 “산업정책까지 고려한 구조조정을 지향한다는 것도 진일보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관계장관회의가 기대만큼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무엇보다 임 위원장과 주 장관이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구조조정을 각각 맡도록 한 ‘분과 운영시스템’이 결국 부처 간 불협화음을 초래할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본질적으로 금융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은 단기적 관점에서 효율화와 비용 최소화를 강조하는 반면 산업 구조조정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경쟁력 확보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당장 해운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산업당국이 부딪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금융위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 등이 마무리돼 채권단 출자 과정을 거쳐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되면 두 회사를 합치는 게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강하다. 반면 산업당국은 업황 회복에 대비해 두 개의 국적선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당국 간 의견차가 빚어지면 자칫 ‘배가 산으로 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조타수’로서의 유 부총리 역할에도 의문을 품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구조조정 경험이 없는 정치인 출신인 유 부총리가 당국 간 이견을 원만하게 조율하면서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일 수 있을지 미지수란 지적이다.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를 뒤늦게 확대한 것이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구조조정 성공을 위해선 금융당국 수장 등이 전권을 부여받고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번 관계장관회의처럼 모든 구조조정 관련 의사결정이 공개되고 공론화되는 시스템에서 당국자들이 오히려 민감한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을 미루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열/이승우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