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 웨스틴 아스티르호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조선·해양 박람회 ‘2016 포시도니아’의 한국관에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앞에서부터),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 웨스틴 아스티르호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조선·해양 박람회 ‘2016 포시도니아’의 한국관에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앞에서부터),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가 2018년까지 설비규모는 20%, 인력은 30% 각각 줄인다.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한 금융 3사를 매각하기로 했고, 삼성중공업은 유상증자를 할 계획이다.

정부는 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선업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에 조선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정부는 오는 3분기(7~9월)에 사업재편을 비롯한 구조조정을 시작하겠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구조조정 시기를 놓친 상황인데, 3분기까지 미뤘다간 공멸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선 3사 일단 '각자도생'…정부, 구조개편은 9월 이후로 미뤄
○‘빅3’ 10.3조원 자구 계획

정부가 이날 발표한 조선산업 구조조정 계획의 주요 내용은 각 회사가 자율적으로 인력과 설비를 줄인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 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는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한 3개 금융회사를 매각하고, 지게차사업부 등 일부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했다. 도크(선박건조시설) 3개를 순차적으로 가동 중단하고, 현대아반시스 지분 등 비핵심자산을 팔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인력 감축 작업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9일부터 접수한 희망퇴직에는 약 2000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추진하고, 비상시에는 3조6000억원 수준의 추가 자구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거제호텔과 판교 연구개발(R&D)센터 등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희망퇴직을 받아 인력 규모를 줄일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이 계획한 자구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달부터 증자를 위한 사전작업을 시작한다.

대우조선해양은 군함 등 특수선 부문을 분사해 지분 일부를 매각할 계획이다. 도크 7개 중 2개를 팔고, 자회사 14개를 전부 매각한다. 직영 인력을 2020년까지 20% 이상 감축하고, 임직원 임금도 20% 반납하기로 했다. 대우조선이 계획한 자구 규모는 5조3000억원이다. 비상시에는 추가로 2조원 이상의 자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성동조선해양과 대선조선, SPP조선 등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중형 조선사에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동성이 부족해지면 각 회사가 자체 노력으로 해결하고, 자체 해결이 어려워지면 해당 조선사를 블록공장 및 대형사 하청공장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구조개편 계획은 ‘전무’

정부는 이날 각 회사의 자구계획을 상세하게 소개했지만, 정작 조선산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주관하는 업계 공동 컨설팅 결과에 따라 사업재편 등 구조조정을 하겠다고만 했다. 컨설팅은 오는 8월에 종료된다. 조선산업 구조재편은 9월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조선 생산설비 과잉이 우려된다며 구조조정 협의체를 가동했다”며 “그러고 1년 뒤에야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얘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 구조조정을 단행하더라도 이미 늦은 상황인데, 그 시기를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방향을 다 정해놓고 ‘업계 자율’이라는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뒤늦게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며 “9월이 되면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이후엔 대선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에 조선산업 구조개편은 시작도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정상기업과 채권단 지원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에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댄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정부가 세 회사에 인력 30% 감축, 설비 20% 축소를 동시에 주문한 것은 대우조선 경영실패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병욱/정지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