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유한킴벌리의 중저가 제품 출시 계획에도 생리대 시장 상위권 업체들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기보다 기부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소비자들은 품질경쟁뿐 아니라 가격경쟁도 필요하다며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업체들은 품질 유지를 위해서는 가격을 끌어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한킴벌리에 이어 생리대 시장점유율 2·3위인 LG유니참과 한국피앤지(P&G)는 중저가 제품 출시 계획이 없거나 출시 검토 여부를 밝힐 수 없다고 8일 밝혔다.

최근 페브리즈 유해성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던 P&G 관계자는 "가격이나 신제품 관련 사안은 경쟁사에 민감한 정보"라며 "회사 정책상 이런 민감한 정보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바디피트를 판매하는 LG유니참과 예지미인을 판매하는 웰크론 역시 중저가 생리대 출시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대신 이들 업체는 저소득층 청소년과 여성을 위한 기부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위스퍼를 판매하는 P&G 관계자는 "특정 계층에 가격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가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는 기부를 통한 기여가 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유니참 역시 미혼모 지원 시설에 해온 기부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고, 웰크론도 기부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판매하는 생리대가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을 정도의 고품질 제품이며, 중저가 제품을 생산할 경우 품질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생활용품업체 관계자는 "소재나 기술개발 측면에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도 여성 생필품이라는 이유로 이를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왔다"며 "중저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상당히 경쟁력 있는 국내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 논란을 촉발한 유한킴벌리 관계자 역시 "최근 기본 소재인 펄프 등의 가격이 안정된 것은 맞지만 생리대는 단순히 기본 소재를 결합해 만드는 제품이 아니라 기술·특수 소재 개발이 필요한 제품"이라며 "이달 출시한 신제품 역시 특수 소재를 썼기 때문에 원가 인상 요인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일부 소비자는 생리대가 대체용품이 거의 없고 여성들이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와 가격대의 제품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급가와 마진 등은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제품 특성을 고려하면 기업이 소비자에게 가능한 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박연주(32·여)씨는 "생필품인 기저귀가 유통사 자체브랜드(PB) 제품부터 유명 브랜드의 프리미엄 제품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있는 것과 비교해 생리대는 특별히 저렴한 브랜드가 없다"며 "온라인 전용 제품 등을 통해 가격대를 좀 더 넓히면 선택은 소비자들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다만, 유한킴벌리가 하반기에 내놓을 중저가 생리대가 좋은 반응을 얻을 경우 나머지 업체들도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오프라인 시장점유율이 50%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LG유니참은 20%대 초반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중이고 1989년 국내에 진출한 뒤 한때 시장점유율 50% 선을 넘봤던 P&G는 최근 10%대 중반의 시장점유율로 고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생리대 브랜드 관계자는 "원가 구조상 당장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업계 1위가 움직이는데 다른 업체들이 마냥 가만히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