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내년 1월까지 만기 회사채 4천500억원
현대제철, 내년부터 3년간 연평균 1조원씩 갚아야

해운·조선업종 뒤를 이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철강업종 주요 기업들이 향후 1∼2년 내 갚아야 할 시장성 차입금(자본시장에서 회사채·기업어음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철강업체들도 유동성 압박 수위가 더 높아지기 전에 현금창출 능력을 키우고 빚을 줄여나가는 선제적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투자부적격 신용등급(BB)이 부여된 동국제강은 올 3월 말 기준 별도 재무제표 기준 현금성 자산이 2천250억원이지만 내년 1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4천500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의 만기 회사채를 시기별로 보면 올해 9월 700억원, 12월 346억원, 내년 1월 3천500억원이다.

동국제강은 3월 말 기준 1년 이내 만기 금융권 단기차입금도 1조4천억원이나 된다.

통상 대기업의 금융권 차입금은 만기 연장이 쉬운 편이지만 회사채는 사정이 다르다.

기관이나 개인 등 채권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돌려줘야 하고 상환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된다.

동국제강은 2014년 6월 KDB산업은행과 맺었던 재무구조개선 약정에서 2년 만인 이달 초 졸업했으나 자금조달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내년 1월까지 만기가 되는 회사채가 4천억원대인 점을 고려해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을 올리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올해 동국제강 실적이 호전되고 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동국제강은 올 1분기 연결기준으로 56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연내 1천억원, 내년 1월 3천500억원의 채권이 만기를 맞는다"며 "신용등급이 낮아 차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현금흐름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량 신용등급(AA)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제철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 부담이 큰 상황이다.

현대제철의 현금성 자산은 올 3월 말 기준 6천100억원 수준이지만 내년부터 3년간 매년 1조원가량의 회사채를 갚아 나가야 한다.

올해 2천억원, 2017년 1조2천억원, 2018년 8천700억원, 2019년 1조1천억원, 2020년 6천600억원이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만기가 되는 회사채 물량도 1조1천300억원이다.

현대제철의 시장성 차입 규모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금흐름이 나빠지거나 신용등급이 낮아져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경우 감당하기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제철은 올 들어 실적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2천55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9% 줄었다.

포스코는 올 하반기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가 1조원을 웃돌지만 현금성 자산이 3월 말 기준 1조6천800억원이어서 상환 우려에선 벗어나 있다.

다만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철강업도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조선업계 구조조정으로 선박용 후판 수요가 급격히 줄게 되면 부진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