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기관 등을 상대로 고출력 EMP(전자기파) 공격이 있을 경우의 대비 태세를 일제히 점검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증권·은행사 등 40여 곳을 대상으로 EMP 공격이 일어날 때에 대비한 방어 체계를 조사했다.

금융위는 각 기관과 금융사의 보안 담당자들을 상대로 EMP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시설물이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했다.

또 EMP 공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방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금융위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의뢰를 받아 실태조사를 한 뒤 그 결과를 미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혹시 있을지 모를 (북한의) EMP 공격 관련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다른 행정기관들을 모두 포함시켜 조사했다"며 "현재 자료를 취합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EMP 폭탄은 고출력 전자파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발생시켜 공격 대상의 전자기기와 통신망을 무력화시키는 첨단 무기다.

1990년대 초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 전쟁 때 미국이 상대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키려고 EMP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가 아직 EMP 공격을 받은 적은 없지만 북한이 위성항법장치(GPS) 전파교란을 벌인 경우는 있었다.

최근 사례로는 올해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GPS 전파교란이 이어져 인천, 경기, 강원 일부 지역이 영향을 받았다.

북한이 EMP 공격 기술을 실제로 개발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북한이 대기권 핵 실험을 할 경우 그 여파로 우리나라가 EMP 공격과 같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국방부는 2010년부터 북한의 EMP 공격에 대비해 군사시설에 방호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EMP 방호시설은 강력한 전자기파를 막을 금속성 물질로 시설 전체를 감싸고 자체 공조 설비와 비상용 발전기를 갖춘 것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EMP 공격에 대해 '개념 정도만 알고 있다'거나 '잘 모른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방지 대책이 필요한지를 묻는 항목에선 '필요하다'는 답변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테러대비 시설이라는 것이 혹시 있을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갖추는 것인 만큼 EMP 공격에도 대비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