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거래제 총괄 환경부→기재부 이관
업계 "배출권 이월제 폐지해 거래 활성화해야"

기획재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되면서 침체된 거래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기재부는 배출권 거래제를 에너지 사업의 하나로 보고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을 펼칠 방침이다.

문제는 배출권 수요는 넘쳐나는 데 반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거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배출권 이월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정부는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배출권 거래제 첫 정산 앞두고 총대 멘 기재부
기재부는 지난 1일 범정부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체계 개편을 지원하기 위해 미래경제전략국 산하에 기후경제과를 신설했다.

기후경제과의 주요 임무는 배출권 거래제 총괄이다.

기재부는 배출권 거래제를 환경 보호 목적의 규제 차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인센티브의 하나로 보고 거래 활성화를 위해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기재부는 오일영 환경부 기후변화대응과장을 기후경제과장에 앉히는 등 환경부에 속한 배출권 거래제 인력 4명을 기재부로 소속을 바꿔 배치했다.

배출권 거래제 활성화 업무를 담당할 인력도 3명 증원했다.

환경부를 주무 부처로 작성된 관련 고시도 기획재정부를 주체로 수정해 다시 관보에 게재하는 등 절차적 채비도 마쳤다.

기재부가 배출권 거래제를 총괄하면서 환경부는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등과 함께 소관 기업에 대한 배출권 할당 등 집행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오는 30일 배출권 거래제 첫 정산을 앞두고 총괄 부처를 조정한 것은 1년이 넘도록 부진을 면치 못하는 거래 실적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이산화질소 등 6개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해 배출권을 사고파는 제도로 작년 1월 도입됐다.

하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환경부는 2014년 12월 총 525개 업체에 2015∼2017년 3년 치 배출권 할당량을 통보했지만 할당량이 부족하다는 기업들의 이의신청에 부딪혀야 했다.

기업은 정부가 나눠준 배출권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시장에서 이를 구매해야 한다.

배출권을 구하지 못하면 1t당 10만원 상한 범위에서 해당연도 배출권 평균 가격의 3배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급기야 현대제철을 시작으로 업체 수십 곳에서 배출권 할당처분 취소 소송이 이어졌다.

작년 12월 행정소송 첫 판결에서 현대제철이 패소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 "물량이 없다"…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개점휴업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다 보니 거래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출권 거래시장은 1년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도 물량이 없어 거래 자체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배출권 거래시장 개소 때부터 지난 5월 말까지 할당배출권(KAU) 거래량은 290만톤(t)으로 정부 할당량(5억4천300만t) 대비 0.5%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올해 들어 발생한 거래량은 15만t으로 정부 할당량의 0.2%에 그쳤다.

지난 4월 말까지 할당배출권이 거래된 날은 단 13일에 불과했고, 상쇄배출권(KCU)이 거래된 날도 21일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 실적이 저조한 것은 현재 시장에는 배출권이 부족한 기업만 있을 뿐 이를 팔겠다고 내놓은 물량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배출권 시장 정책에 대해 기업들이 신뢰하지 않는 데다 배출권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마치 부과된 할당량에 여유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탓도 있다.

무엇보다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배출권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 자체적으로 비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거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행 제도하에서 기업들은 할당량 대비 탄소배출량이 적은 경우 남는 배출권을 다른 이행연도로 이월할 수 있다.

이월 한도에 제한이 없다 보니 기업들은 배출권을 시장에 내놓기보다는 이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출권 부족 기업들은 배출권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연합의 배출권 거래시장에서도 이월을 금지하자 물량 공급이 매우 확대됐다"면서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월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배출권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1일부터 3일간 정부가 보유한 시장 안정화 예비물량을 일부 시장에 풀었다.

정부는 정산일에 앞서 또 한 번 예비물량을 제공할 예정인 만큼 배출권이 부족해 정산에 차질을 빚을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배출권은 일종의 재산권이기 때문에 이월을 제한한다는 것은 결국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거래 활성화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좀 더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민경락 기자 pdhis959@yna.co.kr, rock@yna.co.kr